골절데뷔전 14(번외 편)
2024년이었나 보다. 24년 새해를 맞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운동을 결심했고, 요가보다는 덜 지루할 것 같은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사실 돈을 주고 운동을 배워본 적이 거의 없는 나에게 운동 수업을 가는 일은 영 어색했다. 그나마 산전요가 덕분에 매트 위에서 몸을 굴리는 일은 조금 덜 낯설었다. 필라테스도 요가의 사촌쯤(표현이 참 저렴하지만) 되는 운동이니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 부들부들 온몸을 떨며 힘든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시간은 괴로움 그 자체였다. 그래도 칼을 뽑으면 무라도 써는 성격이라 이를 악물고 3개월을 채웠다. 정확하게는 ‘딱’ 3개월만 채웠다.
그룹 수업에 수업료가 저렴한 편임을 감안하더라도, 선생님의 수업은 솔직히 성의가 없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몸이 다 다른데 개인적인 피드백이 전혀 없으니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억지로 따라가는 게 맞는 건지도 의문이 들었기에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그 길로 수영을 시작했고, 나의 첫 연재인 수영 에세이 ‘너로 정했다’가 탄생했다.)
골반 부위의 멍울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만져보니 뭔가 덩어리 같은 것이 피부 속에서 요리조리 움직였다. 도대체 이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당시엔 챗GPT나 제미나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전이라, 초록창을 열어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서혜부 림프절 부종, 피지낭종, 지방종, 서혜부 탈장, 모낭염…. 모든 경우의 수를 훑고 나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지방종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암이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밀려왔다.

마침 자궁경부암 검진이 있어 산부인과를 찾았다. 의사에게 멍울을 보여주며 초음파를 보려면 어느 과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최근에 운동 심하게 했어요?"
"네, 필라테스하면서 평소 안 쓰던 근육을 많이 쓰긴 했는데…."
"이거 근육이 뭉친 거네! 여기는 림프절도 안 지나가고 뭐 생길 게 없어요."
"네? 그래요? 그럼 이게 언제 없어질까요? 생긴 지 좀 됐는데…."
"금방 없어질 거예요."

림프절이 지나가는 자리라고 분명히 본 것 같은데, 이게 근육이라고?
석연치 않았지만 별거 아니라니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그저 없어질 날만 기다리면 되겠거니 하며 조금은 찝찝한, 그러나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커졌잖아!

결국 그로부터 거의 1년 반이 지나서야, 나는 다시 00 병원 성형외과 주 00 과장님을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