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미터에 3미터. 3평이 조금 안 되는 면적에 창문 하나와 옷걸이 하나 있는 작은 방이 나의 첫 자취방으로 배정되었다. 침대도 책상도 없이 깨끗하게 닦인 바닥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 방의 첫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고 깨끗해서 나에게 아무 부담을 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구가 없는 방은 처음이라 대충 벽에 기대어 책을 읽다 보면 엉덩이와 허리가 배기고, 지금 당장 쓰러져 자고 싶을 때도 요와 이불을 깔아서 자야 하니 불편한 점들은 있었지만,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아무것도 없는 바닥만 훤하게 드러나는 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방바닥을 닦을 때도 뭐하나 걸리는 것 없고,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없으니 손에 힘을 주어 박박 닦으면 금세 반질반질 해졌다. 수납공간이랄 게 없으니 가지고 있는 옷 여섯 벌 정도 가지런히 옷걸이에 걸어둔 게 전부였다.
네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은 지금 이 방보다 훨씬 컸기에 편리한 점이 많았지만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댈 수 없기에 항상 어느 정도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감수하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방은 하나부터 열까지 말 그대로 내 손안에 다 들어왔기에 방 안에 있는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었다. 딱 내 몫의 것들만 갖추고 산다는 것이 이렇게 맘 편한 일인 줄 처음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딱 좋았고, 한옥에 산다는 건 더 좋았다. 한옥에 사는 것을 동경한 적은 없었다. 평생을 아파트에 살면서 별다른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왔던 아파트 단지 내에는 꽤 넓은 조경이 꾸며져 있었고, 놀이터도 크고 다채로웠으며, 비록 비둘기가 대부분이긴 했으나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기회도 적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도시의 삭막함, 딱딱함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옥에 한번 살아보니, 왜 우리 것이 좋구나, 왜들 그렇게 한옥에 살아보려고 하는 건가 알게 되었다. 비록 내 방을 얻은 한옥 채는 매우 오래된 것이라 방음은 기대할 수 없고, 벌레와의 공생은 기본, 보안도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기본적인 수납공간은 없다고 봐야 했지만 말이다. 각자 감당할 수 있는 목만큼을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집 자체가 힘을 써주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눈이 오면 창문 앞에 1미터는 넘는 거대한 고드름이 열리고, 해가 뜨면 그 고드름들이 우르르 쾅쾅 지붕을 쓸어내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처마마다 박자가 다른 물방울들이 맺혀 저마다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해가 질 때는 노을빛과 함께 나무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와 작은 방을 숲처럼 가득 채운다.
비록 요가 매트 한 장 깔기 위해서 방의 최대 길이인 대각선을 이용해야 하는 작은 방이지만 참 오롯한 내방이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