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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bangchon Aug 20. 2019

출근하고 싶은 마음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지금 당장 주머니에 있는 교통카드와 휴대폰만 가지고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이 보면 가히 깜짝 놀랄 만한 제목이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 내 모르는 바 아닌데 그 마음을 알면서도 출근할 곳이 없는 나는 오늘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출근하고 싶어도 출근 못하는 현재를 긍정해보고자 매일매일 출근하던 날, 얼마나 그 출근이 싫었던지를 돌이켜도 봤다. 아무리 벌어도 쥐똥같게만 여겨지던 월급, 그에 비해 늘 넘쳐나던 업무량, 매출 달성을 해도 그 매출이 내 매출이 아니고 내 성취가 아니던 허무, 주어진 일 열심히 하고 진급도 하고 그래서 결국 내가 가는 길이 뭔데 했을 때 나보다 더 많은 일 하고 욕도 두 배로 먹고 있던 팀장님의 모습을 보던 갑갑함. 


그런데 이 모든 걸 차치하고도 오늘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퇴사 후 약 1년 1개월이 지난 지금.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고민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이 샤워하고 차려입고 당연히 가야 하는 루트로 가야 할 정해진 곳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게 하고 싶다. 게다가 그걸 하면 뒤로 월급도 꽂힌다. 


할 일이 없는 건가 하면 그건 아니다. 나름대로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어젯밤 자기 전에 정해도 놨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뭐해야 할지 방황하는 마음만 안고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이 잘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바쁜 동시에, 시간을 대충 때우고 넘기기도 쉬워졌다. 그런데도 내가 스스로 정한 할 것들을 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 스스로의 마음 외에 그것을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외부의 압력이 없어서다. 나 스스로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걸 알지만 내 생활이나 삶에서 나 스스로의 마음이 다이게 살아본 경험이 미천하고, 그렇게 살 수 있대도 그렇게 사는 게 실제로 쉬운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해보려고 연습하는 중이지만 역시나 내가 스스로 만든 압력은 너무나 약하게 작용한다. 


인간의 의지는 나약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또 나약하다. 회사에서는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일을 하게 하는 추진력이라는 것을 혼자서 일으켜 밀고 가기에 나는 한없이 약하고 수동적이다. 나는 수동적인 사람이고, 주어진, 해야 하는 일에 열성적인 나인 것을 일찌감치 인정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매일의 일과를 만들고 나름대로 나의 프로젝트도 설정해뒀다. 그 개수도 많다. 하지만 조금 게을러지는 날, 그것이 내 숙제나 업무로 다가오는 날, 무한대로 미루게 된다. 업무처럼 임의로 설정해뒀지만 그것을 독촉하는 주간 보고도, 영업 마감일도 없고, 그것을 주시하는 부장님도 없고, 잘했네 못했네 할 사람이나 거기에 주어질 당근이나 채찍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평가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나처럼 스스로 자신에게 후하지 않은 사람에겐 남의 인정이나 평가라도 없으면 한없이 쓸모없는 사람 같고 바닥인 거 같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거기서 만족을 얻고 즐거움을 얻고 싶다. 그런데 매번 실패하는 중이다. 회사 다닐 때는 늘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고 다른 곳을 봤고, 막상 그곳을 벗어나서는 또다시 그곳을 쳐다본다. 과거와 미래 중에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생각으로만 한다. 언행일치가 안 되는 거다. 오늘 이 마음의 결론은 단지 출근하게 직장을 알아보자. 가 아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 답은 거기에 있다. 그걸 알면서도 또 이런 날이 있을 테니 기록으로 남겨 둔다.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직장인들도,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비직장인들도 모두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 '그저 싫은 마음' 대신 '그래도 괜찮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저 싫은 마음' 대신 '그래도 괜찮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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