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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bangchon Mar 04. 2019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일

아침형 인간 아닌 인간의 아침 보내기 실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아침에 알람을 듣고 떠올려야 하는 눈꺼풀이고,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일이 그 아침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일으켜 아침을 시작하는 일이다. 밤잠 자기가 힘들고, 아침잠 깨기가 어려운 아침형 인간 아닌 인간의 아침에 말이다. 


직장인일 때는 그 힘겨운 일을 그래도 매일매일 꾸준하게 해냈다. 해내지 않으면 어쩔 텐가 싶지만 어쨌거나 회사를 다닐 때는 의도하지 않아도 그 힘든 잠을 깨 일찍 단장하고 출근하고 일과를 마치면 또 일정 거리를 돌아오는 루틴을 꾸준히 그렇게 해내고 있었던 것 같다. 1년 중 15일에서 최대 20일경의 연차와 공휴일 빼고는 매일매일을 말이다. '그거 뭐라고, 누구나 하는 건데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그냥 하게 된 것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덜 힘을 들여 그 루틴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고, 끈기라는 것도 가지게 됐을 것이다. 




더 이상은 직장인이 아닌 내가, 두려워진 이유다. 알람을 끄고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아침의 자유를 획득한 나는 아침마다 고민이 더 깊어졌다. '남편이 출근할 때 같이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인사를 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잘 것인가 말 것인가,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웠으면서도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 그러다가 시간이 훌쩍 한 시간씩 가고서야 다시 잠들어 한참 후에 잠을 깨 보면, 해가 중천인 것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식이다. 내가 두려워지고 아침잠을 두고 고민이 깊은 이유는, 잘하든 못하든, 즐기든 안 즐기든, 자의든 타이든, "꾸준히 하는 거에 장사 없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막상 직장인일 때는 월급과 영혼을 맞바꾸고, 얻는 게 하나 없는 일상의 연속 같았다. 직장인이 아니고 보니 그런 루틴을 해내는 꾸준함과 그것을 통해 저절로 얻어진 끈기, 소소한 성공이 있었던 삶이었다. 


그럼 직장인이 아닌 나는 무엇을 꾸준히 하는가. 뭔가 꾸준히 해서 해내게 되는 그런 루틴이 내게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여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 아침의 자유를 얻은 나의 아침 보내기 실험이 시작됐다. 





남편은 6시에 집을 나선다. 나는 5시 40분쯤 깨어 남편의 아침식사로 시리얼이나 빵, 샐러드 등을 준비하고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옷을 갈아입는다. 동트기 전, 뜨거운 동남아의 태양이 떠오르기 전에 동네를 달리기 위해서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동여매고 집을 나오면 성공이다. 나가자마자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이왕 이렇게 나온 거 뛰어보자 싶어서 달리면 생각보다 잘 달려진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발목을 잡는다. "이제 걸을까? 1킬로미터 뛰었으니 좀 걷다가 다시 뛸까? 다시 안 자고 나온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야. 안 그래?" 이런 마음이 요동을 치는 거다. 


그러다가 져 버린 마음이 "그래, 뭐 이게 운동대회도 아니고..." 하면서 걷다 보면 오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문제는 한번 뛰다 걷게 된 다리를 다시 뛰게 할 때다. 처음에 가볍게 달릴 때 보다의 약 열 배의 의지가 든다. 하지만 이것도 꾸준히 몇 번을 하다 보면 "다시 달려볼까?" 하는 마음이 어제보다 빨라지고, 어제보다 오늘 더 몸이 가볍게 달려진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 더 길게 달리게 될 것이고, 몸이 달리기를 가볍게 하며 호흡도 길고 깊어질 것이다. 그러면 또 나는 그런 내가 흡족해질 것이다. 


오늘은 어제 달렸다는 핑계로 쉬게 되고, 내일은 달려볼까 하다가 일주일에 세 번도 훌륭하다며 스스로를 달래는 날이 많아진다. 그러다가 집에서 스트레칭하며 운동은 이 정도로 적당해하며 어물쩍 넘어가는 날도 있다. 


하지만 달리기로 여는 아침 실험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다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에 나도 함께 동참하였고, 나도 그렇게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 저절로 얻어진 뭔가가 있을 것이다. 


꾸준한 것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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