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단어

핸드드립

by 담쟁이

아무 의미 없는 사람에게도 해 줄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사람에겐 꼭 정성들여 해 주는 일.

나의 하루는 이런저런 장난감 같은 도구들을 반듯이 놓는 일부터 시작한다.

한쪽을 툭툭 쳐서 당신의 하루를 향한 소망처럼 가지런한 면을 만들고,

너무 뜨겁지도 않게 그렇다고 식어버리지도 않게 몇 번이고 정성스레 물을 옮겨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뜸을 들일 때는 아주 느긋하게, 일이 초를 기다리지 못했다가 모든 걸 망쳐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다 기다렸던 때가 되면 재빨리 편안한 자세로 포트를 잡고 천천히 천천히 물줄기를 돌려 내린다.

가늘게 가늘게,
가까이 가까이,
나선을 그리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커피가 똑똑똑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쉰다.

미리 데워두었던 예쁜 잔에 담아서 한 잔 건네면 비로소 끝나는, 가장 기분 좋은 아침의 첫 번째 일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내어줄 수 있는 백오십 초.

내가 아침을 시작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방법.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