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관찰부터
학원이 넘쳐난다.
과거와 비교해서 가르치는 과목이 같고 학령인구는 줄었는데
학원의 수는 늘고 있다.
수학만 해도 연산, 수학동화, 사고력, 교과, 경시 등으로 세분화되고
줄넘기, 독서 학원 등 새로운 학원이 등장했다.
학원의 규모도 오피스텔부터 건물 전체가 다 학원인 경우까지 다양하다.
과거에는 특별히 못하거나 특별히 잘하는 친구가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학원이 학교만큼 당연한 과정이 되었다.
학원을 처음 다니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방문학습으로 3~4세 아이들부터 연장된 형태의 학원 교육을 받는다.
학원은 필요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처럼
학습은 선생님에게
일 더하기 일을 엄마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학습적으로 마주 보는 관계에 있다면
12년 긴 레이스에서 아이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
학습이 필요한 영역에 적절하게 학원을 활용하는 것이
아이와 엄마가 오래 학습 메이트로 호흡을 맞추기 좋은 관계를 설정해 준다.
학원 선택은 어렵다.
나는 3가지 기준을 가지고 학원을 선택했다.
첫 번째는 "필요"가 선택의 발단이어야 한다.
옆집 엄마한테 좋은 학원 정보를 들었다고, 어느 대학 잘 간 아이가 다녔던 학원이라고 해서
안 다닐 학원을 다닌다거나 그 학원으로 옮기지 않는다.
아이의 학습을 쭉 관찰하다가 영어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것 같아서 영어도서관을 몇 개월 보내고,
독서는 많이 하는데 중심 내용 파악이나 요약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 훈련을 할 수 있는 학원을 찾아서 보냈다.
학원을 현명하게 활용하려면 아이에 대한 관찰과 필요 파악이 먼저이다.
두 번째는 아이에 대한 애정이다.
선생님이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성적을 올려주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지는 정말 중요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아이마다 그에 맞는 솔루션을 주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인지
상담을 통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아이가 다니던 수학학원이 있었는데 기본 수준의 문제에서 오답률이 높았다.
그래서 원장님과 상담을 하는데 선행이 덜 되어서 그렇다는 답을 들었고 상담 후 학원을 옮겼다.
기본 수준 문제의 정답률이 낮은 건 아이가 그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선생님이 그 부분을 정확히 바로잡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그것이 선행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선행을 더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는 것은 학원에 더 의존하게 하는 숨기 쉬운 변명이다.
세 번째는 유명 학원에 집착하지 않는다.
학교 시험이 없는 초등기간은 깜깜이로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레벨테스트가 있어서 들어가기 힘든 학원을 다닌다는 것만으로 우월감을 느끼게 되고
이름 없는 학원이나 수준이 낮다고 여겨지는 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그 자체가 아이의 능력으로 평가된다.
엄마가 들어가기 어렵다는 어느 학원 가방을 어깨에 메는 것이
엄마들 사회에서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아이 가방을 엄마가 들어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어려도 가방은 혼자 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A영어 학원이 들어가기 어려워서 거기 다니는 아이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교재를 선택해서 아이들이 다 이해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언어영역이 힘든 것은 한국말을 다 읽을 수는 있어도 문해력이 부족해서인데
아이들이 읽는 영어 텍스트가 너무 어렵다.
B수학학원 레벨이 제일 높은 반에서 다루는 수학문제가 과학 배경지식이 있어야 했다.
아이한테 물어보니 선생님이 그냥 이거랑 이걸 더하라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만뒀다.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함인데
그 배경을 또다시 엄마가 설명해줘야 한다면 학원을 보낼 이유가 없다.
어떤 학원은 학원 숙제를 도와주는 과외 선생님이 다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그냥 과외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유명학원 출신 수학 원장님의 설명회에서 들은 얘기이다.
경시반을 들어가면 그중에서 한 두 명 정말 잘하는 아이들이 있고
나머지 6~7명은 그냥 앉아있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끼리
"쟤네들 그만두지 않게 진짜 잘해줘야 한다. 쟤네들이 우리 전기세 내주는 애들이다"라고 얘기한다고.
내 아이가 처음부터 들러리의 역할이라면 너무 슬프다.
학원의 네임밸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 수준 보다 한 단계만 올려줄 수 있는 학원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학원 선생님은 내 아이보다 실력이 좋다. 제일 좋은 학원만 찾아다니기보다는
어느 선생님이든 그 선생님의 최대한을 끌어내서 배울 수 있는 아이로 만들자.
제일 좋은 선생님이라도 내 아이와 잘 맞지 않을 수 있고
좋은 학원이라고 해도 모든 강사가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서
그 선택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신중하게 고민했다면 우선 보내봐야 안다.
일단 학원을 선택하고 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정 기간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학원을 옮기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급박한 사유가 아닌 이상은
하던 책을 마무리한다거나 어느 정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1단원만 여러 번 듣는 것보다 한 권 정도는 마무리를 하고 옮겨야
다른 곳에서 아이가 학습하기 더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