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이런 메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우연히 글 순위표를 눌러봤다. 괜히 성적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까 봐 잠깐 망설였는데, 막상 열어보니 생각보다 담담했다. 아니, 솔직히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위에 있는 글은 동화외전이었다. 신데렐라 이야기. 그다음엔 겨울 이야기, 그다음엔 터진 바지 이야기. 제목만 놓고 보면 이 사람이 무슨 글을 쓰는 사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 자신인데도 그렇다. 아, 이래서 브런치가 좋구나 싶었다. 장르가 뒤섞여 있어도, 톤이 제각각이어도, 그냥 올려두면 되는 곳이라서.
순위표를 천천히 내려보다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이건 생각보다 많이 봤네, 이 글은 의외로 댓글이 많네." 글을 쓸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들이다. 별 기대 없이 올렸던 글도 있고,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하며 올린 글도 있는데 결과는 늘 예측과는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조회 수는 그날의 운이나 타이밍 같은 느낌이 강한데, 댓글은 다르다. 시간을 들여 애써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한 줄을 적는 일이라서. 그냥 읽고 지나가도 아무 문제없는데, 굳이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좀 감동이었달까. 가끔은 그 한 줄 때문에 하루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댓글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웃었다는 사람도 있고, 자기 얘기를 슬쩍 적어놓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하는 생각이 있다.
빠져드셨군요. 제가 쓴 글에 :)
순위표를 보고 있자니, 글 하나하나에 썼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퇴근 후에 쓴 글, 업무 시간에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열심히 키보드 소리를 죽여가며 쓴 글, 이불속에서 핸드폰으로 쓴 글, 괜히 말만 많아져서 길어진 글, 반대로 짧게 끝낸 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분은 어렴풋이 남아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내 얘기만 주절주절 계속 늘어놓고 있는 걸까. 그런데 순위표를 보다 보니 그 질문도 조금은 우스워졌다. 어차피 답은 매번 달라질 테니까. (그리고 그게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요즘은 가끔씩 이 순위표를 들여다본다.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싶지는 않아서 아주 가끔만. 그래도 살뜰하게 댓글을 남겨주고 라이킷을 눌러준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오늘도 또 하나 올릴 핑계는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