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 뒤에 항상 덧붙이던 말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혼자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죠. 장난스레 말을 마치고 나면 다들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는 듯이 웃어주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여러 번 말하곤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퇴사한 직장은 유난히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사로 잡혀서 어긋난 채로 비뚤게 전진했습니다. 사실 그 직장이 유별났던 건 아니었어요.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처음 몇 달간은 꼭 괴로워하며 방황하곤 했거든요.
저는 늘 반복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었고,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기도 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가 더 편했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간절하게 회사원을 소망하기 전까지는 나름 프리랜서를 꿈꿔왔거든요.
소규모 막걸리 양조장을 창업하기로 결심한 것도 홀로 일하고 싶은 마음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제가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막걸리를 빚고, 또 판매하는 하루 일과를 상상해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서도 개인으로 작성했습니다. 팀을 구성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육성사업을 완주하기 위해선 3인 이상으로 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소상공인, 혹은 개인 자영업자만 바라봤던 기존의 방향을 조직으로, 또 법인으로 바꾸어야 했어요. 바뀐 방향을 함께 달릴 팀원도 찾아야 했습니다. 팀을 이끄는 것과 팀원이 되는 것 모두 자신이 없었기에 유독 막막했고, 또 두려웠어요.
그때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2020년, 함께 소셜 임팩트 교육을 들으며 같은 팀으로 만나 친해졌고,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고충을 터놓던 친구였죠. 경청과 배려를 잘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줄 아는 장점이 돋보이는 사람이라서 의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는 모든 길을 꾸준히 응원해주기도 했고요.
그 친구에게 육성사업 서류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팀원으로 합류해보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봤어요. 다행히 친구는 흔쾌히 좋다고 답했고, 그 순간부터 해일막걸리의 팀원이 생겼습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PT 심사에서도 자신 있게 팀원을 소개할 수 있었죠.
혹시 저희 브런치의 프로필 사진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진 속 누워있는 두 사람이 바로 저와 해일막걸리의 첫 팀원, 선선입니다. 팀이 되기로 한 후, 서울숲으로 나들이를 갔었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둘 다 진심으로 일할 줄은 몰랐었답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 쉽게 팀이 되어 처음엔 오히려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팀은 모이는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만큼, 저희는 진정한 팀이 되기 위해 서로 더 노력하는 중입니다. 일하는 방식에서 그라운드 룰도 정하고, 더욱 자주 공유하고 함께하려고 하죠.
알고 보면,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자수성가의 신화는 저와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동안 이뤄온 소소한 성공 모두 혼자 해낸 것이 없었죠. 그 대신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놓친 부분을 짚어주는 선선의 꼼꼼함과 긍정적인 앞날만 그리는 단단함에서 큰 힘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