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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Sep 07. 2022

혼자 일하고 싶었던 마음을 바꾸다

첫 팀원은 인연과 우연으로

"1인 창업하려고요."


막걸리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 뒤에 항상 덧붙이던 말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혼자 일하고 싶다는 뜻이었죠. 장난스레 말을 마치고 나면 다들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는 듯이 웃어주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여러 번 말하곤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퇴사한 직장은 유난히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사로 잡혀서 어긋난 채로 비뚤게 전진했습니다. 사실 그 직장이 유별났던 건 아니었어요.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처음 몇 달간은 꼭 괴로워하며 방황하곤 했거든요.


저는 늘 반복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었고, 차라리 혼자 일하는 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기도 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가 더 편했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간절하게 회사원을 소망하기 전까지는 나름 프리랜서를 꿈꿔왔거든요.


소규모 막걸리 양조장을 창업하기로 결심한 것도 홀로 일하고 싶은 마음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제가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막걸리를 빚고, 또 판매하는 하루 일과를 상상해보니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서도 개인으로 작성했습니다. 팀을 구성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육성사업을 완주하기 위해선 3인 이상으로 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소상공인, 혹은 개인 자영업자만 바라봤던 기존의 방향을 조직으로, 또 법인으로 바꾸어야 했어요. 바뀐 방향을 함께 달릴 팀원도 찾아야 했습니다. 팀을 이끄는 것과 팀원이 되는 것 모두 자신이 없었기에 유독 막막했고, 또 두려웠어요.


그때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2020년, 함께 소셜 임팩트 교육을 들으며 같은 팀으로 만나 친해졌고, 사회생활을 하며 서로 고충을 터놓던 친구였죠. 경청과 배려를 잘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줄 아는 장점이 돋보이는 사람이라서 의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는 모든 길을 꾸준히 응원해주기도 했고요.


그 친구에게 육성사업 서류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팀원으로 합류해보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봤어요. 다행히 친구는 흔쾌히 좋다고 답했고, 그 순간부터 해일막걸리의 팀원이 생겼습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PT 심사에서도 자신 있게 팀원을 소개할 수 있었죠.



혹시 저희 브런치의 프로필 사진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진 속 누워있는 두 사람이 바로 저와 해일막걸리의 첫 팀원, 선선입니다. 팀이 되기로 한 후, 서울숲으로 나들이를 갔었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둘 다 진심으로 일할 줄은 몰랐었답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 쉽게 팀이 되어 처음엔 오히려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팀은 모이는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만큼, 저희는 진정한 팀이 되기 위해 서로 더 노력하는 중입니다. 일하는 방식에서 그라운드 룰도 정하고, 더욱 자주 공유하고 함께하려고 하죠.


알고 보면,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자수성가의 신화는 저와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동안 이뤄온 소소한 성공 모두 혼자 해낸 것이 없었죠. 그 대신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놓친 부분을 짚어주는 선선의 꼼꼼함과 긍정적인 앞날만 그리는 단단함에서 큰 힘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선선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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