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것들의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엄마 나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생일이면 당연히 누군가 미역국을 차려주거나
나의 아픔에 누군가 대신해서 울어주거나
꼭두새벽에 일어나 내 아침잠을 깨워주는 일
그런데 나는 드센 모습이 부끄러워
이따금 외면하고는 했다.
어린 마음이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모두 제 갈 길 가고
고달픔을 감수할 용기가 없어
외로움에 머무르기로 했을 때
당신의 손 잔등에 늘어난 주름을 보고
어찌나 마음이 저렸는지 모른다.
젊음을 몽땅 포기하고 이뤄낸 것이
고작 나라서
죄책감에 당신을 또 외면했다.
어린 마음이었다.
어제는 장롱 위에 두텁게 쌓인
사진첩의 먼지를 털어보았다.
아날로그 필름에 담긴 그 여자아이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어리숙한 소녀는
어떤 마음으로
한 남자와 평생을 약속하고
두 아이를 짝사랑하였을까.
그 마음을 알 수 없었으니
그것이 귀한 줄도 몰랐다.
어쩌면 모른 척했다.
이해할수록 상처만 늘어
번연한 웃음 한 줄기마다
쓰라릴 것 같아서.
이리도 어여쁜 소녀가
온데간데 사라진 것만 같아서.
내가 앗은 그 아이의 싱그러움에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흔히 복받쳤다.
난 그 감정들의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