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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03. 2017

틈틈이,서울-07,

구월,정독도서관


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제자리인 것이 절망스러워 어디가 어떻게 라고도 말할 수 없이 아프다. 

아직도 이렇게 나만. 이렇게 이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도,

겨우겨우 보이지 않는 저 끝까지 갔다가 결국 결승점 문턱에서 뒤를돌아 그 어느때보다 빠른 속도로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그리고 이 모든걸 혼자 끌어안고 긴 시간을 버텨온 내가 밉고 안쓰럽고 가엽다.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아도 결국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걸 안다.

알고 있음에도,

무뎌지고 초월할 때도 되었을 법한, 십 년도 넘게 계속 되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일들이

아직도 이렇게 왕왕 내 눈과 맘과 머리를 가릴 때에는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원망이 곤두선다.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은 그래서 내게는 버겁다.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계속, 잘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결국엔 끝이 나지 않는다면, 

아니 그래서 끝이 난다면

그 다음에 난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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