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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Oct 27. 2024

#7.용산들

*시월,남산

남산에서 만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꽃.

좋은일들이 생길 것 같아-라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보았다.

아주 잠깐-

*십이월,소월길

어쩐지 여기에선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눈물을 쏟아버렸다. 


*구월, 이태원

나는 요즘 자꾸만 체하는데, 

그건 네 이름이 내 목에서 아직 빠져나가지 못하고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더라고. 

넌 관심 없겠지만.


네 이름을 뱉어 내려면 얼마나 더 오래 지나야 하는 걸까.

물도 마시고 침도 삼키고 울고 소리지르고 마구마구 먹어서 

나는 토해내려고 해.

네 이름을 빼내면 또 다른 이름들이 있겠지. 

모조리 다 뽑아버리고 잘 모아서 

곱게 닦아 넣어두려 해. 

가끔 가끔 내가 살아있었다는 걸 잊을때 한번씩 꺼내 보려고.


넌 관심 없겠지만.

*오월, 회현동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은 왜 늘 매몰차게 뒤돌아 온 후에야 

혹은 가차없이 버려진 후에야 내게 선명해 지는걸까. 


*사월.이태원동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끝나기 전, 그 사람과의 마지막 식사는 어땠을까.

내가 그 날의 그 시간, 그 식사가 그 사람과의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던 적은 몇 번이나 될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가 살아온 시간의 카펫-위에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연락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얼굴을 마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로의 요즘과 언젠가-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사람들 몇몇이 떠올랐다.

내 잘못일 수도, 상대방의 잘못일 수도 혹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상황이, 시간이 우리를 그렇게 흘러가게 했을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음을 알지만 문득, 

다시는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자 무엇인가가 눈 앞을 훅-스쳐 지나갔다.


어떤 이와의 마지막 식사는 어렸던 우리가 자주 갔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의미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던 날이었고,

또 다른 어떤 이와의 마지막 식사는 지금은 찾지 않는 내가 다니던 회사 근처 햄버거 가게였고,

또 또 다른 어떤 이와의 마지막 식사는 경기도 어딘가의 닭갈비집이었나보다. 


그 시간이 모두, 우리의 마지막 식사일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던 우린

서로에게 가장 서로다운 모습을 보이며, 가장 자연스럽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보낼 수 있었던 거겠지. 

그래서-

그래서, 그 날들이 이리도 가장 좋았던 우리의 모습으로 

자꾸만 눈앞에 스치는 거겠지. 


*사월 남산

무언가를 오래-정성 들여 보아 주는 것이 다정한 위로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를 얼마나 오래-정성 들여 보아줬었나_

아주 오랜 시간동안...

*십일월 이태원동

어둠에 익숙해지는 건 좋은걸까 나쁜걸까? 

답을 내야만 하는 문제도 아닌데 

어느 쪽이 답이어도 무서울 것 같아 괜스레 묻지 못하고 

결국 반쯤 눈을 감지도 뜨지도 못한 채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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