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이 같다며 운명이라 이름 붙이고
그 이름표에 발을 동동 구르며 매달려 있던
시간들.이 정말 내게 있었나
그리움과 미련에는 유통기한이 적혀있지 않아서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그리움과 미련을 먹는 나는 탈이 난다.
통의동의 밤, 밤의 통의동을
두 발로 천천히 밀며 나는 문득 그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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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를 걸었다. 낯선 곳에서 가진 유일한 물건인 핸드폰을 꼭 쥐고는.
뉴욕을 떠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아 나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뉴욕에 처음 온 내게 뉴욕을 떠나는 것은 내 인생의 첫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뉴욕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뉴욕의 언저리를 빙빙 돌았다.
너와의 첫 이별도 그랬다.
너라는 사람과 처음 만나는 내게 너와 헤어지는 것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첫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너와 해보지 못한 것들을 줄줄 읊어댔다.
두 번째 뉴욕과의 이별은 첫 번째와 달리 담담했다. 유난 떨고 싶지 않았다.
다시 올 수 있을 테니까. 꼭 올 테니까.
천천히. 가장 좋았던 곳에서 오래오래 머물렀다.
긴 코스 요리를 오래오래 꼭꼭 씹어 삼켰다.
너와의 두 번째 이별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널 만난 것도, 너와 헤어지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담담할 수 있을 거라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의 손을 잡았고 너의 이야기를 들었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다.
너를 먼저 보내며 내 손에 닿았던 네 손의 감촉이 사라질 때까지
네 손이 닿았던 내 손의 네 온기가 식을 때까지 너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너는 돌아보지 않았다.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도시를 떠나오는 것과 사랑하는 너를 떠나 보내는 것이.
그 밤 그 가을에 난 그리도 어리석었다.
내가 떠난 것이 아니라 네가 떠났다는 것을.
다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와의 헤어짐이 두 번째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야 알게 되었다.
너와 만나고 헤어진 뒤 다시 만났다가 또 다시 헤어지는 것도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걷는 걸음마다 기억은 날카롭게 내 온몸을 찌르고
스치는 풍경 마다 눈물이 넘쳐서 온 마음이 흔들리는.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