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어학연수 제2장 #1 프리 인터미디어트 수업을 시작하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 프리인터미디어트 수업 시작.
완전초급이었던 엘리멘터리에서 레벨 테스트 통과 후 초중급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인터미디어트 반으로 올라갔는데요. 어학원 레벨이 달라지면 어떤 수업이 진행되는지 들려드릴게요.
EC 몰타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 3주 차에 볼 시험을 4주 차에 보게 되니 결국 몰타에 온 지 5주 차가 돼서야 한 단계 레벨 업이 됐다. 레벨테스트를 통과하면 사무실에 가서 새책을 받게 된다. 새로운 학생들 틈에 앉아 새책 비닐 포장을 뜯을 때는 이게 뭐라고 진짜 기분이 좋았다.
엘리멘트리 수업 때 학생들이 프리인터미디어트 반에 배정됐는데 수업이 너무 어려워서 엘리멘터리로 내려왔다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기에 시험 통과는 했지만 혹시라도 수업이 따라가기 힘들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새 친구들과 선생님의 악센트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진즉, 시험을 볼 걸 괜히 시간만 낭비했구나 싶었다.
국적비율의 경우 엘리멘터리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남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었지만 확실히 4월이 지나면서 국적비율은 좀 더 다양해지고 있었다. 여전히 콜롬비아 학생들이 많긴 해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등 유러피언들도 골고루 섞여 있어 나쁘진 않았다.
몰타에서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친한 친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엘리멘터리에서 대화 파트너였던 디에나도 나와 같이 시험을 통과했고 같은 반에 배정을 받았다. 나이는 나보다 거의 20살이나 어린데(그녀는 정확히 내 나이를 아직도 모르고 자기보다 언니라고만 알고 있다 ㅎㅎ) 희한하게도 그녀와 나는 통하는 게 너무 많았다. 선생님이 5 문장을 영작하라고 하면 그녀와 내가 3 문장은 항상 똑같은 영작을 해서 서로가 놀랄 지경이었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너희 엄마에게 잃어버린 동양인 언니가 있는지 물어보라고 농담 삼아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녀가 어느 날은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둘이 닮은 게 너무 비슷한 점이 많아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했고 그들은 내가 너무 궁금하다고 내 얼굴이 보고 싶다고 했단다. 쉬는 시간에 스몰하트부터 큰 하트 등등 다양한 한국식 표현을 알려주고 스몰하트로 사진을 찍었다. 스몰하트를 처음 해본다는 디에나는 '스몰하트'가 너무 귀엽다며 곧잘 따라 했다.
어학연수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건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겪어보니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엄청 큰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에 따라 공부에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 공부에 흥미를 잃기도 했다. 30+의 경우 프리인터미디어트가 4개 반이 있는데 선생님이 좀 별로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은근 걱정이었는데 선생님도 괜찮은 것 같았다. 엘리멘터리에서 만난 선생님은 교과서에 충실한 편이었다면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 만난 선생님은 교수법이 좀 많이 달랐다. 인상적이었던 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학습법'이었다. (오히려 이 수업이 나중에는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큰 악재로 작용했다.)
어제 한 일을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얘기하면 선생님이 듣고 있다가 흥미롭고 학생들에게 공통된 주제다 싶으면 그 단어를 가지고 즉석에서 다양한 표현을 만들고 흔히 실수하는 표현들을 예를 들면서 바로바로 수정해 주었다. 입에 잘 안 붙는 단어나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이미지로 보여주니 기억하기에 수월했다.
매주 한 챕터씩 진도가 나가는데 나의 첫 수업 때는 '쇼핑'이 주제였다. 마침 쇼핑몰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었고 선생님은 친구에게 본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켰다. 그 친구는 쇼핑몰 아이템부터 제작, 마케팅, 유통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소비자는 누구인지, 인터넷 판매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자신의 쇼핑몰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난후 후 반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서로서로 질문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와 - 3단 동사에, 기초적인 의문사나 배우던 엘리멘터리 수업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프리 인터미디어트 수업이었다.
https://brunch.co.kr/@haekyoung/100
또 어떤 주는 배우는 챕터의 내용이 'all work, no pay'였다. 처음엔 finding balance로 가볍게 시작을 했다. 그러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봉사(valunteer)로 넘어가는 듯하다가 노동착취(explioitation)에 이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제품들 이면에 그들의 노동착취가 존재하고 있음을 텍스트, 이미지, 단어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든다. 그러다 이야기는 다시 널을 뛰어 마피아로 이어지다가 몰타에서 큰 이슈인 여기자 테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까지 거의 1시간 30분 수업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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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도 깊이 있게 토론을 안 해본 주제인데(사실 친구들끼리 이런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만 하고 있던 내용을 영어로 설명 듣고 토론을 하려니(주제가 다소 난도가 있고 새로운 단어들이 쏟아지다 보니 주로 선생님이 설명하고 학생들은 각자의 의견을 곁들이는 정도) 다소 어럽긴 했지만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당시 반 친구들이 대부분 여자라서 '노동' 관련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피상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편이었다. 엘리멘터리 반에서도 '직업, 일' 관련 내용을 배웠는데 그때 콜롬비아 남자는 나에게 '한국은 노동강도가 엄청 센 나라가 아니냐'라고 직접적으로 물어올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여 깜짝 놀랐다. 엘리멘터리 수업 때는 나도, 친구들도 이 정도까지 얘기를 할 정도가 아니어서 하고 싶은 말은 1/10도 못 했는데 지금 수업은 그날의 연장선인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단어도 익히고 한 번쯤 심도 깊게 생각해 볼 문제여서 다소 어려워도 소득이 많은 수업이었다. 프리 인터미디어터 수준 정도라 한국어로 토론하는 것처럼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별로 한 것 없이 앉아만 있어도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드는 수업이어서 좋았다.
EC 몰타의 경우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책 대신 선생님마다 다양한 내용을 준비해서 수업을 하게 된다. 이 선생님은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많이 알려주셨는데 모든 게 처음이었을 때는 유익한 것이 꽤 많아서 정말 좋았다. 일기예보 보는 법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한 일기예보(날씨)와 관련된 어휘들도 배웠다. 특히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몰타라서 바람을 예보하는 사이트는 아주 중요한데 바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불 때 날씨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지 알게 됐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
어떤 날에는 몰타 신문을 읽고 그중 한 토픽을 놓고 학생들끼리 찬, 반으로 나누어서 토론을 하기도 했었다. 또한, 각자 자기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적인 이슈들을 영어로 요약해서 발표하는 수업도 했었다. (선생님이 환경, 정의 등 이런 것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분이셨다.)
때때로는 몰타의 전통 먹거리나 몰타에서 가볼 만한 여행지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새로운 학생이 오고, 떠날 때는 그 학생을 통해 여러 가지 배우는 것도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프랑스 니오르(niort)로 돌아간다는 학생이 프랑스 과자를 반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그 과자는 wild celery로 만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식물과 상당히 흡사해서 신기했다. 내친김에 선생님이 프랑스 니오르를 소개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그녀는 니오르가 어떤 곳이고,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또 근교에 가볼 만한 멋진 곳 등 20분 정도 설명을 들었다. 처음 들어본 도시 니오르는 참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 이런 수업을 한다고 했더니 다른 반 친구들도 그렇고 높은 레벨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놀랐다. 이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이 정도 수업이면 적어도 인터미디어트 이상에서나 진행이 가능한 수업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수업이 가능했던 건 당시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 공부를 한 지 최소 한 달 이상 되는 사람이 거의 80%였었다.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수준이 비슷해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선생님이 일이 있어서 휴강이었고 대체 선생님이 없어 다른 반으로 이동해서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엘리멘터리 수업으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함께 모인 반 친구들이 모두 우리 반이 수준이 높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많은 친구들이 인터미디어트 비슷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친구들은 레벨 업이 됐고 빈자리를 프리 인터미디어트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로 채워지면서 자연스레 우리 반도 수준이 다운됐다. 그럴 때가 되면 이젠 수업이 쉽다고 느껴지면서 슬슬 지겨워지는데 그건 내가 다시 레벨테스트를 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처음에는 이 선생님과의 수업이 너무 즐거웠다. 결말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게는 최악의 선생이었고 영어 슬럼프까지 찾아오면서 몰타를 한 달 반이나 일찍 떠나게 된 사연은 차차 풀어놓겠다.
+ 다음 이야기 : 몰타에 남은 로마 흔적을 찾아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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