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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Mar 21. 2024

열쇠구멍으로 바라본 성 베드로 대성당

 #4 로마,  이탈리아가 아닌 몰타 땅인 몰타 기사단 본부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4    


이탈리아 로마

#4. 열쇠구멍으로 바라본 성 베드로 성당   열쇠구멍으로 바라본 성 베드로 성당 그리고 아피아가도

20년 만에 다시 찾은 로마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한 것까지는 아니어도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관광지를 낮에도 가보고 밤에도 가보고 나니 좀 다른 곳을 가보고 싶어졌다. 가려고만 마음먹으면 여러 곳이 있겠지만 다음 일정을 감안해야 했기에 오늘 소개할 곳 몰타 기사단 로마 본부와 다음 포스팅인 아피아가도 두 곳으로 정했다.


+ 몰타 기사단 로마 본부

로마 시내에 있는 몰타 기사단 본부는 열쇠구멍으로 성 베드로 성당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로마의 시크릿 한 장소로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로마에 있지만 이탈리아가 아니라 몰타 소유다. 따라서 한 자리에서 로마, 몰타, 바티칸의 3개국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몰타에서 어학연수로 6개월을 보내면서 '몰타(malta)'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나로서는 '몰타 기사단 본부'는 로마의 다른 어느 곳보다 흥미를 끄는 곳이었다. 거리도 콜로세움에서 약 2km 남짓이니 천천히 산책 삼아 걸었다.  

유난히 날이 좋았던 로마


콜로세움을 뒤로하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운동장이 나타났다, 운동장이라고 하기엔 건축 자재가 군데군데 쌓여 있어 공터 같은 느낌이 더 컸다. 이곳이 한때 전차경기를 보기 위해 로마인 25만 명을 수용했던 원형 경기장, 키르쿠스 막시무스(irco Massimo)다.   옛 로마의 영광을 기억하기엔 너무 세월이 흘렀나 보다.   엄청난 문화재인데 관리가 너무 안 된 건 아닌가 싶지만  어쩌면 로마에는 이 정도의 문화재는 숱하게 널린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키르쿠스 막시무스 원형 경기장
로마의 공공자전거


일부러 좀 둘러 가는 길로 걷게 된 건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진실의 입 근처에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여기까지 왔으니 자료사진이나 찍어두자 싶었다. 듣기로는 이곳 옆으로 테베레 강이 지나는데 강건너에 위치한 동네가 관광객이 아닌 찐 로마인들이 즐겨 찾는 카페, 맛집들이 즐비하다고 했다.  

헤라클레스 신전


'진실의 입'은 너무 옛날 스폿이 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맙소사 줄이 어찌나 긴지 깜짝 놀랐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진실의 입은 어제 본 것처럼 시간의 흔적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에서 거짓말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우스갯소리에 여주인공 오드리헵번이 조심스럽게 손을 넣는 장면은 '로마의 휴일'을 아주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 장면 중 하나인데 실제 로마사람들은  진실의 입이 마법의 힘을 발휘해 거짓말이나 위증자의 손목을 잘라버린다고 믿었다고 한다.


다만 여기 있는 진실의 입은 어디에 쓰던 물건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히 모를 뿐만 아니라 어디에 사용했던 물건인지 출처도 불분명하다고. '무엇에 쓰던 물건인고'였던 것이 영화 덕분에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받은 셈이다.

진실의 입


 20년 전 패키지여행으로 로마에 왔을 때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이 근처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돌아갔었기에 그냥 진실의 입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안내자가 옆으로 난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길래 사람들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놀랍게도 성당이었다.


 그런데 성당이 예사롭지 않았다. 바실리카 성당이라 내부도 상당히 넓었다.  높은 천장에는 목재가 훤히 드러나 있고 별다른 치장 없이 너무나도 심플한 성당인데 그 자체만으로도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이 성당의 이름은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Basilica di Santa Maria in Cosmedin)인데 놀라지 마시라. 이 성당이 밸런타인데이가 유래하게 된 성 밸런타인의 유골이 묻혀 있는 성당이었다. 로마의 다른 유명한 성당 못지않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젊은 연인이 많아서 '진실의 입'때문이라고 하기엔 1953년에 개봉한 '로마의 휴일'은 꽤 오랜 고전이라 의아했다.  밸런타인 성인이 묻힌 곳이라고 하니 수긍이 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멋진 공간을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 절로 뿌듯했다.

다른 사람은 벽에 안치된 유골도 봤다는데 두 바퀴나 돌았는데 나는 왜 유골을 보지 못했을까.


진실의 입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몰타 기사단의 본부까지는 구글 지도상으로 1km가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몰타 기사단의 본부는 렌지 공원(사벨로 공원) 옆에 있는데 공원은 꽤 높은 곳에 있었다.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가니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 이런 곳이었어.!!!!!"


몰타 기사단의 본부에서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보인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높은 곳에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전망대라는 의미였다. 굳이 전망대를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로마 랜드마크의 건물들은 물론이고 도심을 아래로 보는 전망이 꽤 좋았다.

로마의 전망대를 찾고 계시나요?


대부분 현지인들이고 관광객이라고 해봐야 어쩌다 한 두 명이 전부인 오렌지 공원도 참 매력적이었다. 오렌지 정원에서 한숨 돌리고 바로 몰타기사단의 본부를 찾았는데 덜렁 건물 하나만 있어 이게 맞나 아닌가 싶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대문 앞에 줄을 서서 한 사람씩 차례로 대문 앞에 다가가 허리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건물 윗부분에 보이는 선명한 몰타기사단의 십자가.


'아! 저곳이구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심플했다. 구글지도에 이름은 'Buco della serratura dell’Ordine di Malta'이라고 되어 있어 엄청 복잡한데 번역기를 돌려보니 '열쇠 구멍에서 본 성 베드로 대성당'이었다.  조그만 열쇠 구멍으로 바라보면 정원의 나무 사이로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보이는데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실제 장면이 아닌 것 같았다.

 열쇠구멍으로 바라보면 베드로 성당의 돔이 보인다.  

이 건물은 1834년부터 몰타기사단 그랜드 마스터와 몰타 기사단의 정부를 대표하는 곳으로  1312년부터 몰타 기사단의 본부가 소유하고 있다.


몰타기사단은 각국에 지부가 있으며 현재는 NGO 단체로 의료,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영토가 없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주권을 가지고 있는 단체이기에 국제적으로는 세계 100여 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자국 우표와 동전, 여권을 발행하는 등 나라로 인정을 받고 있다그러니 이곳은 이탈리아가 아닌 몰타기사단의 땅이다. 



몰타와 성요한 기사단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haekyoung/71


 근처에 우체국이 있다고 해서 우표를 하나 사려고 찾았는데 찾지 못했다. 근처에는 신학 대학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긴 했지만 일반인들이 찾는 곳이 아니라서 사람도 적은데  간간히 수녀님 몇 분이 지나다닐 뿐 적막감이 맴도는 곳이었다.

몰타 기사단 본부


성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30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 데다가 여름엔 너무 땡뼡이라 고작 열쇠구멍으로 베드로 성당 돔을 보자고 하기엔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냐는 후기를 봤다. 하지만 몰타에서 살아본 나로서는 너무나 특별한 곳이었다.


혹, '그레이트 뷰티'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 있다면 익숙할 텐데 영화의 한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로마를 배경으로 찍은 고전영화 '로마의 휴일'의 소가 너무 상투적이라면 그나마 로마를 배경으로 찍은 최근이랄 수 있는 영화 '그레이트 뷰티'에 나오는 로마의 풍경이 로마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 그레이트 뷰티 촬영지였던 곳.



                    + 다음이야기:  남들 다 가는 뻔한 로마가 싫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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