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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진일기

핏빛 그리움

가을 선운사, 핏빛 그리움으로 물들다.

by 여행작가 정해경

핏빛 그리움


ⓒ 이여진


문득,

그리움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깔일지 궁금해졌다.

아련한 노란색일 것도 같도, 희끄무레한 흰색일 것도 같았다.

그게 무슨 색이 됐건, 중요한 것 말간 색은 아니란 것이다.


도통 말간 것과 어울리지 않는 그리움의 색깔이지만

꽃무릇이 피는 초가을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핏빛 그리움이라고 말이다.


아련했던 그리움이 핏빛으로 선명해지는 것은

영혼의 지축이 흔들리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이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요,

다시 못 올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요,

다시 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손 끝으로, 심장으로,

핏빛 그리움이 물드는 가을.

아니 온 듯, 아니 온 듯 다녀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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