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선운사, 핏빛 그리움으로 물들다.
문득,
그리움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깔일지 궁금해졌다.
아련한 노란색일 것도 같도, 희끄무레한 흰색일 것도 같았다.
그게 무슨 색이 됐건, 중요한 것 말간 색은 아니란 것이다.
도통 말간 것과 어울리지 않는 그리움의 색깔이지만
꽃무릇이 피는 초가을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핏빛 그리움이라고 말이다.
아련했던 그리움이 핏빛으로 선명해지는 것은
영혼의 지축이 흔들리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이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요,
다시 못 올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요,
다시 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손 끝으로, 심장으로,
핏빛 그리움이 물드는 가을.
아니 온 듯, 아니 온 듯 다녀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