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기억을 먹는 어느 여름꽃에 대하여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 여름이 되면
같은 꿈을 꾼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느 정원의 풍경, 그 한가운데에 피어 있는 이상한 색의 꽃.
그 꽃은 붉지도, 푸르지도 않다. 그저 빛을 머금으면 투명해지고, 그늘에 들면 짙은 보랏빛으로 어두워진다
그리고 그 꽃에 손을 대는 순간 가장 소중하고도 오래된 기억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의 꽃’이라고 부른다.
공식적인 식물명은 없고,
백과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지만
매해 누군가는 그 꽃을 찾으러 떠나고,
누군가는 우연히 마주쳐
다녀온 뒤에는 이름을, 얼굴을, 혹은 사랑을 잊고
돌아온다.
어떤 이는 첫사랑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또 어떤 이는 오래된 상처 하나를 잊기 위해,
그 꽃을 향해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