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후반 : 유리병의 방

기억을 먹는 꽃

by 해문

돌보는 자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꽃은 기억을 가져가고,
그 기억은…
이 정원 어딘가에 남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바람이 정원의 끝자락을 슬며시 흔들었고, 풀 사이에 가려졌던 좁은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일부러 숨겨두기라도 한 듯, 그 문은 이끼와 나무 그늘 속에 녹아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게도 돌보는 자는 날 막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문을 열자, 작은 온실 같은 공간이 드러났다.


햇살은 거의 들지 않았고, 공기는 정지된 듯 조용했으며,


그 안에는… 수십 개의 유리병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어떤 건 작고, 어떤 건 컸다. 어떤 건 깨끗했고, 어떤 건 안쪽이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그 병들 안에는
모두 하나씩의 꽃잎이 들어 있었다.


색이 바래거나, 반쯤 말라 있거나.


모두 다른 모양이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보존이 아니었다. 기억을 봉인한 형태였다.

나는 유리병 하나에 손을 댔다.


별다른 이유 없이, 손끝이 반응한 병.


그 병 안의 꽃잎은 거의 투명에 가까웠지만


빛의 각도를 바꾸자, 아주 작고 희미한 글씨가 떠올랐다.


"소서."


손끝이 순간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입을 다물었고, 목 안으로 무언가 사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때,
문득 뒤에서 낯익은 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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