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먹는 꽃
돌보는 자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꽃은 기억을 가져가고, 그 기억은… 이 정원 어딘가에 남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바람이 정원의 끝자락을 슬며시 흔들었고, 풀 사이에 가려졌던 좁은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일부러 숨겨두기라도 한 듯, 그 문은 이끼와 나무 그늘 속에 녹아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상하게도 돌보는 자는 날 막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문을 열자, 작은 온실 같은 공간이 드러났다.
햇살은 거의 들지 않았고, 공기는 정지된 듯 조용했으며,
그 안에는… 수십 개의 유리병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어떤 건 작고, 어떤 건 컸다. 어떤 건 깨끗했고, 어떤 건 안쪽이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그 병들 안에는 모두 하나씩의 꽃잎이 들어 있었다.
색이 바래거나, 반쯤 말라 있거나.
모두 다른 모양이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보존이 아니었다. 기억을 봉인한 형태였다.
나는 유리병 하나에 손을 댔다.
별다른 이유 없이, 손끝이 반응한 병.
그 병 안의 꽃잎은 거의 투명에 가까웠지만
빛의 각도를 바꾸자, 아주 작고 희미한 글씨가 떠올랐다.
"소서."
손끝이 순간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입을 다물었고, 목 안으로 무언가 사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때, 문득 뒤에서 낯익은 기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