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예쁘다고 하는 것보다 내가 편한 게 최고야
나는 신부용 올림머리도, 원래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의 화장도, 무리한 다이어트도, 신부 대기실에 앉아있는 것도, 안경 대신 렌즈를 끼는 것도 하기 싫었다. 신부를 치장하는 게 결혼식의 가장 핵심 준비인 관습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남들 다 하는 게 왜 싫었느냐고 묻는다면.... 평소 그런 것들을 즐기지 않는데 별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어색한 것들을 몸에 걸치기 싫어서였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는 예쁘고 편한 옷을 입고 돌아다닐 때 가장 예쁜 표정을 짓고, 운동화를 사랑하고, 화장은 1년에 한번 할까말까인 사람이었다. 반대로 예쁘고 불편한 옷을 입으면 심기 불편한 고양이같은 표정이 되었고, 구두를 신고 30분 이상 견디지 못했으며, 화장을 하면 눈이 뻑뻑해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곤 했다. 남들은 다 한다는 말은 아무 위안도, 내가 그것들을 견뎌야 할 일말의 이유도 되지 않았다.
이는 연애를 하던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데이트를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하는 건 나의 예쁨이 아니라 좋은 컨디션이었고, 애인은 그런 나와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상대방의 트로피가 되기 위한 꾸밈노동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커플의 중요한 정체성이었고, 나는 이 점을 우리 결혼식에서 드러내고 싶었다.
발 아픈 웨딩슈즈를 빌리지 않고, 발이 편한 구두를 만드는 가게에서 크림색 구두를 맞췄다.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안 맞는 렌즈가 아닌 안경을 꼈다. 눈의 피로감을 덜고,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하고 싶어서.
신부대기실을 없애고 짧은 드레스를 입었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반가움을 표하려고.
올림머리가 아닌 단발머리를 했다. 당시에 단발머리였고 굳이 붙임머리를 붙여가면서 긴머리를 연출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안경 낀 신부, 신부대기실 밖으로 나온 신부, 단발머리 신부가 되었다.
다행히도 하객들은 (엄밀히 말하면 하객 중 나와 짝꿍의 친구들은) 우리의 결혼식을 매우 좋아했다. 부모님의 지인과 친구분들도 젊고 색다른 기운이 느껴진다며 즐거워하셨다고 한다. 내 친구는 이런 말을 전했다.
“진짜 너무너무 좋았어. 나도 신부대기실에 안 있고 내 친구들이랑 사진찍고 같이 떠들고 와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전하는 결혼식 하고 싶었는데 항상 내가 가는 결혼식마다 나랑 비슷한 생각이던 친구들이 대기실에만 있는 거 보고 슬펐거든... 대기실에서 부케잡고 카메라 앵글 안에만 있는 신부보다 밖에서 뛰댕기는 신부가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고!”
“난 너가 안경 낀 것도 좋았어. 신랑은 안경 잘만 끼면서 신부는 굳이 렌즈끼게 하는 결혼식들 태반인데 신부가 안경쓴 결혼식 너무 최고야.”
나는 결혼하는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예쁜 신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하지, 나는 원래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아니었고, 신부가 되었다고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나라는 사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로 스스로를 꾸민 사람임에는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 날 찍은 사진 속 나를 포함한 모두의 표정에는 활기와 즐거움이 넘쳤고, 나는 그날 밤 행복함이 차올라서 피곤함도 못 느끼고 새벽 4시까지 들떠서 잠 못 이루지 못했다.
예쁨을 포기하고 편함을 취해서 이만큼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성공적인 결혼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