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핸곰곰 Aug 17. 2018

#5. 짧은 웨딩드레스를 찾는 여정

이게 다 뭐라고

 “으아아아아! 대체 짧은 드레스가 뭐라고!!!!!!!”

김태희와 비, 이나영과 원빈의 소박하다면 소박한 결혼식이 뉴스를 탔을 때 나는 내심 기대했다. 이제 큼지막한 드레스가 아니라 가벼운 웨딩드레스들이 많이 나오겠지?

나오긴 나왔다. 내가 결혼준비할 시기에는 아직 없었어서 그렇지.

결혼식 준비 동선을 단순하게 하고 우리의 추억의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비수도권 광역시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한 한 건 좋았는데, 문제가 또 생겼다. 지방에서는 웨딩드레스의 선택지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

Q. 여기서는 짧은 드레스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서울에 발품을 팔 것인가? 아니면 귀찮으니 그냥 긴 드레스를 입을까?
A. 서울에 간다.

홍대의 작은 드레스샵을 뒤진 지 두달 째, 나는 아직도 원하는 모양의 드레스를 고르지 못했다. 짧은 드레스들은 간간히 있었지만 막상 입어보면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주말 서울에서만 에너지를 썼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혹시 맞춤옷은 어떨까, 해외 직구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보낸 시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미미하게 아낀 결혼식 비용을 내 에너지로 탕진하고 있자니, 차츰 회의감이 들었다.

“아이고오...그냥 불편한 옷 저항력이 높아서 행복하게 긴 드레스 입었으면 모두 편하게 마무리되었을 것을......”

이 드레스 여정은 패션업계에 종사했던 사촌언니가 알려준 홍대 드레스샵에 찾아가면서 괜찮은 드레스를 발견하면서 어떻게 마무리되었다. 사촌언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나는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더 드레스에 쏟았을까.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고 드레스를 맞췄을 것이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찾아내기 위해 또 엄청난 시간을 인터넷 검색에 쏟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시간의 과소비. 결혼 준비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서 내 대학원 생활도 위태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하루뿐인 결혼식을 위해서 이만한 공을 들일 필요가 있는 걸까? 우리의 결혼식 자체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하객들이 나의 짧은 드레스를 특히 좋아했고, 이후 짧은 웨딩드레스가 유행해 내가 유행을 선도한 셈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 어디까지의 고생을 감수하는 것이 현명한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약간의 특별함을 포기하지 않으려다가 표준형 결혼식의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을 피부로 느낀 셈이 되었다. 결국은 스스로를 가장 덜 지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표준형 결혼식을 하더라도 그를 통해 얻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러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나의 결혼식을 좋아해준 사람들이 결혼식 준비에 대해 내게 물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오히려 이것뿐이었다. 나는 싫어하는 걸 견디는 게 가장 힘들고, 그렇다고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실리적으로만 밀고 나갈 자신은 없어 사서 고생을 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나를 참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전 05화 #4. 아빠 말 안 듣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