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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곰곰 Oct 22. 2018

#7. 나의 로망, 결혼식 애프터파티

내가 결혼하는 날에는 함께 노래를 부르자

나는 첫 번째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객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노래를 불러주는 뮤지컬 스타일의 결혼식.


어쩌면 당연한 로망이었다. 내가 인생 최초로 열심히 파고들었던 건 뮤지컬이었고, 어릴 때는 막연히 뮤지컬을 평생 볼 /할 수 있는 삶을 꿈꿨다. 조금 더 자라서는 합창 동아리에서 나보다 음악에 대한 견문이 훨씬 깊고 넓은 사람들을 만났다. 동아리 밖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도 공연동아리를 거쳐 아마추어 동호회에서 공연 활동을 계속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이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올리고 친구들이 공연하는 걸 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워서, 내가 결혼하는 날도 공연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지나가는 말로나마 “너희 축가는 우리에게 맡겨줘!”라고 말하는 친구가 많은 것도, 축가를 부탁할 한두 사람을 고르는 게 너무 어려운 것도 한 몫 했다. 결혼식을 아예 축가 릴레이로 만들어버리자!!


하지만 막상 로망을 행동으로 옮기려니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결혼식을 할 수 있으면서 공연을 할 정도로 음향이 괜찮은 공간은 우리 학교에 없었다. 하객 입장에서도 - 신랑 측 하객이라면 더더욱 -  본인들이 잘 모르는, 신부의 아마추어 친구들의 공연을 연속으로 보는 건 고역이다. (나야 내 친구들의 열정과 미숙함을 모두 사랑하지만, 결혼식을 보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이 기획은 공연자에게도 부담이었다. 축가 하나 부르는 것도 조심스럽기 마련인데 하물며 공연으로 직접 결혼식을 진행시켜야 한다면, 과연 누가 기꺼이 나서줄까? 십분 양보해 공연자가 모였다 해도, 결국 누군가가 연출과 스텝을 도맡고 공연자를 관리해야 했다. 축하의 의미로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모인 사람들을 그렇게 쪼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대로 밀어붙였다가는 공연할 사람이 모이지도 않거나,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난처해질 게 눈에 선했다. 아무도 즐겁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애프터파티를 기획하는 건 어떨까?’


결혼하자는 말과 함께 꽃펜을 받기 반년 전, 친구가 활동하는 뮤지컬 동호회에서 하는 라이브 펍 파티를 간 적이 있었다. 공연시설이 있는 펍에 모여서 각자 준비한 노래를 부르는, 공연준비의 긴장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은 이벤트. 거기에 맥주까지.


뮤지컬 결혼식 아이디어를 넣어두니 그 펍파티 생각이 떠올랐다. 결혼식을 하는 홀과 거리도 괜찮았다. 학교 사람들이 찾기도 괜찮은 위치였다. 시설도 아주 좋았고, 가게 사장님과도 안면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이거다!


그 다음은 그나마 간단했다. 가게에 들러 대관 예약을 하고, 정성들여 초대장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청첩장과 함께 나눠줬다. 며칠이 지나자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연락들이 왔고, 나와 짝꿍까지 포함해 총 13팀이 꾸려졌다. 결혼식 1주일 전에는 라인업을 적은 포스터를 인쇄하고 셋리스트와 순서를 정리했다. 결혼식 이틀 전까지 사회 볼 사람을 딱히 정하지 않고 있다가, 직접 사회 보는 건 너무 꼴이 이상하다는 아빠의 말을 듣고 급하게 동아리 친구들에게 사회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 당일 내가 정신없이 바쁠 게 눈에 선하니 밴드활동을 오래 한 친구들에게 당일 리허설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렇게 결혼식 날, 아니 뒷풀이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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