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내자!
기운을 내자! 이따위 패배감에 오래 찌그려져 있으면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다.
웨딩박람회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결혼식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일단 현재 기본 결혼식 형태를 가져오되 마음에 안 드는 걸 빼자. 하객들에게 너무 큰 쇼크를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우리에게 어울리는 걸 무리해서 빼지도 말자.”
“그래 그러자. 일단 나는 당신을 당신 아버지로부터 넘겨받고 싶지 않아”
“동감이야. 둘 다 부모님과 입장을 하거나 우리끼리 동시입장을 하자.”
“그러면 신랑 신부 어머니가 화촉을 밝히는 순서도 빠질 것 같은데..”
“나는 그 순서도 손이 빈 신랑신부 어머니를 위해 억지로 들어간 것 같아.. 애초 왜 혼주가 초 밝히는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도 안 가고. 어머니들 의견이 더 중요하지만, 제안은 해보자고.”
“헬퍼가 필요 없는 결혼식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신부대기실에서 앉아만 있고 싶지 않아. 나도 하객들 맞이하며 인사하고 싶어.”
“의상은 양장으로 하자. 당신 드레스는 어떻게 하지?”
“음...컬러드레스를 하는 순간 너무 많은 선택지가 생겨서 힘들어. 순결한 신부라는 상징은 정말 싫지만, 무리하게 될 것 같아. 다행히 나는 흰색이 잘 어울리니까 발랄하고 심플한 흰색 드레스를 입을래.”
“가능하면 안경을 쓴 채로 결혼하고 싶어. 나는 렌즈를 끼면 표정이 너무 불편해져.”
“그래. 시간에 쫓겨가면서 결혼하고 싶지 않으니 우리가 만난 학교 강당에서 식을 올리자.”
“좋아. 거기서 많은 커플들이 결혼했으니 우리도 편할 거고 케이터링 업체 사람들도 일하기 편할거야.”
“나는 내 배우자가 내게 종속적인 존재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늘 그려왔던 것에 비하면 평이하네.”
“현실이 그렇지 뭐.”
“맞아.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이게 최선일거야. 난 나름대로 만족스러워. 너는?”
“나도 그래.”
프로포즈를 받은 지 두 달 반, 우리의 결혼식 청사진이 드디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