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좋지만, 가르치기 싫어서] 2022년 1월에 쓴 이야기
확신의 ISTJ, 얼음 여왕. 엘사는 외모를 제외하고 많은 것들이 나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디즈니 영화 중에 <겨울왕국>을 제일 좋아한다. 수족냉증이라는 것과 MBTI 성격유형이 ISTJ인 것 그리고 본심을 방문 뒤로 꼭꼭 숨겨둔 것이 그렇다(근거 없음). 감정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나 자신을 얼음처럼 차가운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내 성향은 교육자로서 늘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어여삐 여기고, 마음으로 품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도저히 알기 어려웠다. 학생들에게 늘 예쁜 말을 해주며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다른 강사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은 그렇게 따뜻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에게도 봄은(?) 찾아왔다. 한 남고에서의 세 달간 수업이었다. 1학년도 아닌 입시 스트레스 잔뜩 받는 2학년! 그래서 또 다른 학생들을 만난다는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금요일 저녁 방과 후에 대충 저녁을 때우고 온 친구들이 과연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을까? 석 달 동안 진행되는 방과 후 프로그램 중반이 되면서 상황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아이들은 수업을 잘 따라왔지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밤 아홉 시, 학교 앞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서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내 안에 있는 많은 감정도 달리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하지 못해 밀려드는 미안함, 아쉬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대한 조급함. 이 모든 감정은 학교에서 차로, 집으로 가져와 학생들의 수업 후기를 보며 혼자서 정리했다.
집에서 학생들의 후기를 살핀들 학생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또 나에게 있을까 싶었다. 기회가 늘 내 곁에 있지는 않을 텐데 하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며 나도 모르게 단톡방에 그동안 삼켰던, 하고 싶은 말들을 우수수 쏟아내기 시작했다.
“곧 시험 기간인데도 결석 없이 모두 출석하다니 대견하다”
“저녁 늦은 시간에도 다들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 너무 멋지다. 집에 가서 푹 쉬고 다음 주에 또 보자”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감정을 제대로 쏟기 시작하니까 달라지는 것은 나였다. 장난스러운 중1, 불평불만 가득한 중2, 공부로 지친 고2. 그 어떤 아이들을 어떤 현장에서 만나도 두려움은 사라지고 웃는 얼굴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달까. ‘예쁘다’, ‘잘하고 있어.’ 그리고 ‘미안하고 고마워’ 이런 말들을 모두 자연스럽게 내뱉게 되었다. 누군가가 한 번은 교육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표현을 잘하게 된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사랑 표현을 하는 것에 늘 인색했다. 오글거린다면서 몸서리칠 정도였는데 강의하면서는 영혼을 가득 불어넣어 마음을 표현하게 되었다(사실 일할 때 한정이다).
돌이켜보면 이미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남학생들만 가득하고 공부에 집중한답시고 머리를 빡빡 밀기도 하는 살벌한 학교에서 생기있게 수업을 해보겠다며 노력한 것이 나의 변화를 감지하게 한 계기가 된 것뿐이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농담도 어느 순간 던지고 있었고, 교실에서 얼어붙고 긴장하기보다 생기있게 웃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갑다고만 생각했던 내 마음을 ‘따숩게’ 만들어주고, 사랑이 되어 다가온다. 아이들은 늘 나를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