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프리랜서에게 주는 영향

[교육은 좋지만, 가르치기 싫어서] 2022년 1월에 쓴 이야기

by 마흐니

우연히 본 일본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 나오는 주인공 ‘무기’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우연히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키누’라는 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좋아하는 것이 똑같은 둘은 늘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가고,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만들고 싶어서 같이 살기 시작한 그들은 조금씩 변한다. 함께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무기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버렸다. ‘책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버텨야 하는 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변해버린 무기와 키누는 결국 끝까지 함께 살지 못한다. 아주 흔한 청춘 연애 이야기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서 변한다. 늘 천진난만한 웃음과 꿈을 지니며 살 수 없다. 그런데 어쩐지 영화 속 무기의 모습을 보면서 팍팍해져 버린 나와 닮아 너무나도 씁쓸했다. 늘 변치 않고 열정적인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으나 팍팍한 마음만 간직한 채 변해버린 것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2020년의 시작은 핀란드에서 우연히 봤던 황홀한 오로라처럼 찬란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개학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한 달, 두 달 연기됐고 함께 교육 탐방을 했던 멤버들도 하나둘 자신의 자리를 찾아 팀을 떠났다. 조이와 둘이 만나서 틈내기클럽의 미래를 꿈꾸는 것도 사치였다. 통장 잔고는 점점 바닥을 보이면서 나를 지탱해왔던 모든 것들이 가라앉았다. 영화 속 무기가 키누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했던 것처럼 나에겐 내가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다. 교육하는 모든 시간 동안 한순간도 의심한 적 없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생계와 안정이라는 기본적인 가치들이 무너지니 내 신념 또한 무너졌다. 이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내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프리랜서 강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유독 ‘나만’ 일을 못 하는 것 같았다. 나만 쉬고, 방황하고, 찾아주는 곳이 없는 듯한 기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어버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주 지독하게 자신을 스스로 괴롭혀 왔다. 왜 이리 너는 무가치하냐며, 너는 어떤 ‘쓸모’가 있는 사람이냐고. 매일 수 없이 물었지만, 끝끝내 스스로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겠다.’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계속 생각해왔다. 솔직히 말하면 코로나가 변종 바이러스로 성장하고 확산하는 것처럼 내 부정적 생각도 이리저리 어둡게 커지고 있다.


챕터3-1.jpg 하루는 너무 답답하여 혼자 여행을 훌쩍 다녀왔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뭐가 달라지나? 맞다. 지금 나 혼자 괜히 엄청 괴롭다. 그런데 언젠가 동료가 2022년 교육 목표를 물었다. 교육 목표라…. 나는 아무 생각 없었다. 그저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고 교육자들과 책을 쓰면서도 교육을 계속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내 손가락은 ‘즐기는 것’이 내 올해 교육 목표라고 타닥타닥 적어서 톡방에 보냈다. 학생들과 교실에서 하루하루 즐겁게 수업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 진심이자, 간절한 소망이었던 것 같다. 괴로운 마음 털고 제발 즐거워지고 싶다!


팬데믹을 겪으며 그저 힘겹기만 했다면 정말 아쉬운 시간이었겠지만, 다행히 교육자로서 나의 현재를 점검해 볼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한, 지금 겪는 모든 혼돈은 내 교육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동안 강의해 온 시간은 나를 성장시켰고 나의 성장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앞으로 하게 될 강의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강의하며 늘 열정적일 수 없고 모든 순간 에너지 넘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 튼튼한 모습으로 교육자로서 롱런할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열정적인 청년으로서 교실에 있는 내 모습이 아닌 능숙한 직업인으로서 교육적 진정성은 무뎌진 내 모습은 스스로 견디기 힘들기도 하다.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교육이라는 큰 세계에서 강의가 아닌 다른 영역에 도전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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