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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의 매력에 빠져보시겠습니까?

자존감이 1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by 고해나

“오늘도 나는 현재에 있기 위해 달린다.”


2024년 새해가 왔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당찬 포부와 각오로 새로운 계획들을 구상하게 된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다짐하고 계획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풀이 죽을 필요는 없다. 생각을 조금만 전환하면 올해는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작심삼일법'.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잘하고 쉬운 방법을 이용하여 습관을 만들어보자. 작심삼일도 매일 시도하면 습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잘하다가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를 못하고 넘기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는가 실패라고 단정 짓지 말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올해는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져 보자. 남에게만 관대해지는 당신의 잣대를 이제는 자신에게 관대하게 들이밀 때이다. 조금은 어깨의 힘을 빼고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것이다. 아무리 실패가 여러 번 쌓여도 연말에 돌아보면 실패의 횟수보다 더 많을 실행의 횟수를 보게 되는 순간 당신의 성취감과 자존감은 최소 10포인트 이상 상승하리라 믿는다.


작년 초, 큰 아이 친구 엄마들과 달리기 모임을 만들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동네 뚝방에 모여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뛰기 시작했다. 첫날엔 5분 걷고 2분 달리기, 둘째 날은 3분 걷고 5분을 달리며 30분간 인터벌 훈련(?)을 했다. 운동을 마치면 영혼의 흐름대로 카페로 달려가 시원한 레몬아이스티를 빨며 집으로 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한두 달 뒤에는 각자의 스케줄로 모이는 인원이 줄어들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됐다. 결국 각자도생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매사에 무엇이든 갖춰져야만 일을 진행하는 사람인지라 흐지부지한 이 상황에서 달리기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고심했다. 고심하며 집안에 눌러앉아 있던 어느 순간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한 번이라도 뛰어보자는 의지로 뚝방으로 향했다. 생각은 더 많은 생각을 낳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갈래길의 방법을 이리저리 재기보단 단 한 번의 실행이 중요한 키였다. 가장 적당한 시간, 횟수, 방법을 생각하는 그 시간에 그저 나가 뛰는 것이 정답이었던 것이다. 바람을 가르며 흐르는 땀과 가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1킬로미터만 뛰어도 헐떡거리던 숨은 두 달 만에 5킬로미터까지 버텨낼 수 있게 되었다. 내 삶에 러닝이 자리 잡히면서 색색의 레깅스, 쇼츠 반바지, 헤어밴드, 러닝화까지 구매하게 되는 지름신도 만날 수 있었다. 아이템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러닝의 재미가 더해졌다. 목표지점까지 완주하는 그 순간마다 한계에 도전하는 내가 자랑스럽고 성취감도 수직선으로 쭉쭉 뻗어갔다. 성취감은 자연스럽게 자존감으로도 이어졌다. 이것이 내가 러닝에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이다. 목표지점에 닿는 발바닥의 느낌은 뛰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발맛(?)이다.

러닝의 기록

도서관 북큐레이션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제에 맞는 책을 선별하기 위해 독립출판물 서가를 둘러보던 중 달리기 글자에 눈길이 멈췄다. <달리기 좀 하고 올게> 주말에 뛰러 나갈 때 내가 아이들을 부탁하며 남편에게 하던 말이라 피-식 웃으며 표지와 대면한다.

헬스는 꾸준하게 못했지만, 달리기만큼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남자가 쓴 책이었다. 코로나라는 통제 속에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시작하게 된 것이 달리기였다는 저자는 처음엔 1km도 뛰지 못했지만, 10km를 거뜬히 뛰게 되고, 풀코스 완주를 꿈꾸게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30대 남자지만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속도로 달린 그의 첫 기록은 5.81km를 1:04:27로 뛰게 된다. 정말 뛴 게 맞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빠르기여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가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꿈꿀 수 있을 만큼 실력이 향상되었던 저력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걷지 말고 느리게라도 뛰기'이 결심을 시작으로 점차 러닝의 매력에 빠져든다. 운동은 템빨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기 합리화 체면을 걸어 러닝화부터 시작해 드라이핏 티셔츠, 쇼츠(반바지)까지 구매하게 된다. 러너의 세계로 입문하는 그의 소비 기록도 공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공감 만 퍼센트 고개 끄덕끄덕하게 되는 장면이다.

일상을 살다 보면 가끔 맞닥뜨리는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허비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럴 때 걱정거리를 없애주는 특효약이 달리기라고 말한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아프다. 지끈거리던 머리는 괜찮아지고, 머릿속에 널려있던 고민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대신 목표한 거리를 뛰겠다는 다짐과 힘들다, 아프다, 목마르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달리기가 이젠 그를 위로해 주는 동반자가 되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트레칭을 했다. 땀이 식어가면서 힘들었던 달리기는 잊히고, 뿌듯한 감정이 올라온다.” “비교는 경쟁을 만든다. 그저 공기만 가르고 다리에 몸을 맡기면 된다.” 누군가와의 비교로 인해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와의 목표만 바라보며 나의 성장을 위해 뛰기만 하면 되는 것이 달리기이다.

그는 마지막에 달리기를 “인생에서 한 번은 꼭 권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글을 보는 독자가 있다면, 올해에는 동네 한 바퀴 돌며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해주고 싶다. 목표지점에 닿는 그 순간의 발의 촉감으로 자존감 수직상승하게 되는 경험을 해보길 적극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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