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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Jul 19. 2024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

가정폭력, 바람.. 유책 배우자와의 소송일지(4)












그러면, 나는 그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장례식에서 상복을 입을 이유는 없다. 가려면 입관할 때 XXXX 하러 가는 거겠지. 네가 뭔데 끝까지 도망가냐, 편하게 가지 말라, 감히 죽을 자격 없다는 말, 해 줘야지. 죄를 지은 사람들은. 죄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자살을 한다고 한다. 가장 비겁한 방법이자 책임감이 없는 인간의 말로 : 자살. 결국엔 어떠한 것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세상을 떠나버리는 비겁함의 극한.



자살하는 사람들은 뒷수습을 해놓고 죽지 않는다. 뒷수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 모르겠다며 일을 저지르듯이. 아, 모르겠다며 모든 일을 타인에게 토스하고 홀로 도망쳐 픽 하고 죽어버린다. 이기심의 끝판왕. 그러면서 세상 피해자, 세상 착한 사람, 최고의 희생자인 양 행세하며 유서를 남긴다. 그리고 죽음은 자신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벌이라며, 자신은 이것으로 면죄부를 받고 죗값을 다 치르겠다 한다. 지랄. 지 편하려고 죽는 거면서.









어디서 꼴에 죽음을 선택하고 나자빠졌어? 돌팔매질당하거나, 어. 사지가 찢겨 고통에 부르짖다 제발 살려줘요 애원해도, 모두의 비웃음과 멸시에 잠식되고 또 비참함에 절임 당해 죽어야지. 무식한 네가 말 뜻이나 알겠냐 만은. 오체분시나 능지처사. 이게 니 임종에 제격이지. 어디서 곱게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생각을 해.



불륜에 가정폭력만 저지른 게 아닌 짐승을 장례식 치러주며 애도해 줄 필요. 있어? 너랑 비위생적인 여관방에서, 모텔에서. 더럽게 붙어먹으면서 아-앙, 아앙 소리 지르던 천박한 상간녀한테나  상복 입으라고 던져줘. 사이즈 95. 등빨 있어 스몰은 작겠더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장례식에서 상복을 입을 이유가 없어.















나는 죽고 싶어 왔다. 꽤 오랫동안 죽고 싶어 왔다. 괴롭다. 괴로웠다. 해결하려 노력해도 괴로웠다. 나만 애달팠다. 그는 내가 둘째 출산을 위한 진통 중에, 왔다갔다 하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으니 첫째 아이가 놀던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는 거실을 좀 치워달라고 부탁했을 때에도 폰 게임을 하고, 인스타 릴스와 유튜브를 보며 "애 안방에서 낳을 건데  거실을 왜 치우냐" 이야기했다. 분명히 말한다. 나는 그때, 둘째 출산을 위한 진통 중이었다.



나는 몇 년 넘게, 우리 집은 아파트 10층인데, 베란다만 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층이니까 한 방에 죽을 수 있겠지. 그럴 거야. 한 순간에 끝날 거야. 한 순간일 거야. 그런데 애가 있네. 안돼. 안된다. 100일만 키우고 죽어야지. 애를 안고 엉엉 울었다. 100일만 채우자. 그러면서 버텼다. 그런데 백일이 되니까 애가 너무 예뻐서 못 죽었다. 그리고 삶을 살기 위해 계속 끊임없이 노력을 했다. 잘 살아보려고 피나게 노력했다. 헛된 짓이었고 어리석었음을 이제야 깨달았지만.



사람들은 인스타를 보며 나에게 아이를 너무 잘 키운다, 너무 행복해 보인다. 남편 같은 사랑꾼을 만나 요즘 보기 드물게 행복하게 산다, 부럽다 했다. 선생님은 산후우울증 같은 건 없으셨을 것 같다고 하길래, 아니라고 했다. 나는 죽고 싶지만 살려고 발악하며 겨우 벼랑 목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보고 싶은 것만 봤다. 나는 할 말이 많았지만 입을 다물게 되었다. 아닌가, 내가 그들을 속였나. 모르겠다. 내가 속은 건가.



그러니까, 나는 잘 안다. 꽤 오랫동안 죽고 싶어 왔던 사람으로서 "죽고 싶다"는 것의 무게가 어떤 지 안다는 거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괴로움에 찢길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새카만 밤에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만 하는 것인지,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들. 그 죽고 싶은 심정을, 나는, 너무 잘 안다. 근데 그런 내가, 너한테 묻는다. 네가 감히, 네까짓 게, 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데. 안 했다면 앞으로도 절대 하지 마. 너한테 허용되지 않는 일이야, 그건.



친절하게 알려줄게.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하면 안 되는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사람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안 돼. 살아서 평생 오래오래 죗값을 치러야지. 그리고 너는 그걸 하나만 한 것도, 두 개만 한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잖아. 보자. 답은 정해져 있다? 해결책은 아주 심플해. "내 죄를 인정하고, 이마에 피가 터지도록 석고대죄하며 죗값을 치른다" 그러나, 이미 뇌가 고장 난 그는 이 간단한 1+1=2라는 공식을 이해할 수 없다. 뇌가 터졌나 보다. 애초에 없거나.



그가 되지도 않는 짱돌을 굴리고 굴려 고심 끝에 내린 해답은, "아내 하나만 미친년 만들면 된다"였다. 그는 이 사태를 수습하고자 온 힘을 다해 나를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내 말이 거짓말이 되면, 나 하나만 미친 사람 만들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테니까. 완전하게 지가 미친 새끼.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니 왜곡된 시야로 세상을 조작하지. 그는 12월에 한국에 귀국 후 잠적했을 때부터 나를 집에서 맨몸으로 쫓아낼 계획을 세우고, 또 실행하고 있었다.



남편은 자신이 치밀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지만 난 순순하게 당해줄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난 정신병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병자는 남편이다. 자기애성 성격 장애, 내현적 나르시시스트. 밖에선,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자신이 생각하는 약자에게만 본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그게 바로 남편이다. 아무튼, 여태 쭉 죽고 싶어 왔던 나는 이혼하자고 말한 뒤부터 더 이상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살고 싶어졌다. 이혼하자 말한 것뿐인데 이토록 자유롭다니. 씨발. 내가 왜 죽어. 나 살아서 불고기 먹을 거야.
















건강하게 오오래 살아서 우리 애들 결혼하고 손주도 보고 손주 기저귀도 내가 갈아주고 크는 거 다 보고 죽을 거야. 어, 애들은 엄마가 필요해. 나를 화나게 하는 엄마라도, 엄마는 너무너무 필요해.  나는 무엇보다 오래 살아서 우리 애들이랑 지지고 볶고 희로애락을 나눌 거야. 오래 애들 곁에 존재해 줄 거야. 나는 살 거야. 애들은 엄마가 필요해. 내가 거실에서 잠깐 안방에만 들어가도 나를 찾잖아. 나는 살아야 돼.












" 죗값에 시차는 있어도, 오차는 없다. "


전남편 될 사람아. 앞으로 살아 있는 것 만으로 많이 쪽팔리겠지만, 부디 오래오래 비난과 질타를 받으며 기억되고, 죽을 때까지 꾸준하게 천벌을 받아 잡숫고, 가는 곳곳마다 벼락이 함께하며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이 너를 쫓아다니기를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빈다. 니깟 놈이 감히 죽음을 선택하지 말고 오래 살서, 지은 죄로부터, 죽을 때 까지 쉴 틈 없이 추적당하며 괴롭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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