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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송 Sep 17. 2024

갤러리스트













작가의 입장에서 갤러리스트란. 




음, 꼭 필요한 존재다. 너무너무 감사한 분들이고. 그러나 조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우연히 알게 된 갤러리스트 분과 돈독한(?) 관계를 쌓고 있다. 대화를 많이 한다. 그 분은 사람이 좋다. 본인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말인 즉슨, 돈을 잘 못 번다는 거야. (ㅋㅋ) 그리고 지금 함께하고 있는 작가분들이 늘 본인들의 삶에서 가장 힘들 때 자신을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작가가 될 것이고, 나와 함께할 갤러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온라인으로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그래서 부산 아트페어에도 갔던 것이고 갤러리 대표님들과 직접 대면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었다. 사람이 다양하듯 갤러리스트도 다양하다. 나는 결론을 내렸고, 가끔씩 만나 도움을 받는 갤러리스트분들과 내가 함께 갈 갤러리스트를 구분하기로 했다.


유명 유튜버 분께서 갤러리스트는 하는 일이 없다, 필요 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나는 그분 좋아하는 편)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작가가 할 수 있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결국 나는 사람이 남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의 인맥과 갤러리스트의 인맥은 다르다. 그리고 갤러리스트의 경험과 할 수 있는 영역 또한 다르다. 이 전시에서 당장 내 그림을 팔지 못하더라도 잠영 중인 나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것이 갤러리스트다.












만났던 두 분의 갤러리스트가, 마더 갤러리로서 열심히 해서 성과를 냈을 때 떠나가는 작가들을 보면 가장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성공한 작가님께 여쭤보았더니 작가가 성공하는 만큼 갤러리스트도 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스승님과,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들을 떠올려봤다. 결국은, 작품이 좋아야 한다. 의리가 있어야 한다.


좋은 사람 = 좋은 작품. 응. 사람이 좋아야 한다. 돈을 보고 갤러리를 옮겨다니는 작가보다는 처음부터 좋은 갤러리스트와 함께하며 성장하는 것을 즐기고, 그 갤러리스트가 크게 간섭하지 않으며 작가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물론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관계일 것이다. 작가의 역량이 일단 기본적으로 좋아야겠지.


나는 갤러리스트분께 이야기한다. 나 지금 그림 한 점도 없지만, 내 이야기 들어줘서 감사해요. 쭉 같이 가요. 그러면, 안 믿는다. ㅋㅋ.. 그러면 나는 답변한다. 응, 대표님이 믿던지 말던지 신경 안 써. 나는 그냥 내 이야기를 다시 누군가한테 하는 게 귀찮아. 근데 대표님은 첫 만남부터 내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걸 봤고 이미 나를 많이 알잖아. 나 그거 또 누군가한테 얘기 할 에너지도 없고, 그림 그리기 바빠. 그러니까 쭉- 같이 가.















대표님. 다음 페어 언제야? 내년 1월. 그전에 또 뭐 없어? 10월에 일단 뭐 얘기하고 있는데. 응. 그러면 내가 그림 보낼게, 제일 진도 빠른 것 부터 완성해서 보낼게. 그걸 걸어주든 말든 신경 안 써. 나는 그냥 어필하는 거야. 그리고 계속 어필할 거야. "..." 어차피 나 개인전 11월이고, 내가 하고 싶은 거 있거든. 그거 공모가 11월이야. 그러니까, 그때를 내 마감으로 정했어. 응. 대표님한테도 그때 메일 쓸 거야. 지옥, 많이 그렸어.
















갤러리스트는 수박 장수가 아니다. 박수 짝짝 치면서 큰 목소리로 작품 사세요! 그림 사세요! 이렇게 소리지를 수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작품이 팔리지도 않는다. 갤러리스트는 너무나도 힘든 직업이다. 물론, 밥 먹고 일만 할 수도 있다. 팔릴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예쁘게 동영상을 올리고 작품을 쇼핑하고 나서 즐거워하는 컬렉터분들의 집과 장소들을 잘 포장해서 나도 사고 싶게끔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어떠한 작가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소개한다는 것. 이 작가를 파는 것 보다 이 작가의 작품세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해 준다는 것. 이 작가의 세계관을 소비할 수 있도록 작품과 관객을 자신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연결해주는 것. 그것은 갤러리스트만이 할 수 있는 신성한 일의 영역인 것이다.


갤러리스트라는 직업 자체가 돈 되는 일이 아니다. 뭐.. 진짜 돈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 글쎄, 하.. 나 진짜 모르겠다. 어쨌든 요즘 드는 생각은 나는 갤러리스트를 잘 만난 것 같단 거. 그 분이 내 그림을 걸어줄 지, 페어에 데리고 나가줄 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갤러리스트를 내가 찜했다. 일단 함께하는 작가분들이 다 너무 마음에 들어. 나 여기 속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이 아저씨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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