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안녕, 나의 별>
사람이든 물건이든 각자 정해진 가지 자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별은 하늘에 있어야 밝게 빛날 수 있고, 민들레는 길가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우며, 우리는 엄마 아빠 곁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민들레가 예쁘다고 해서 몇 송이 꺾어 집에 가져와 꽃병에 꽂아두면 며칠은 두고 보며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 민들레를 꺾지 않았다면 훨씬 긴 시간 동안 피어 있었을 수도 있고, 민들레가 진 자리에는 더 많은 꽃을 피우기 위한 씨앗이 땅에 뿌려졌을지도 모릅니다. 다 알지만 내 욕심 때문에 내가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원래 자리에 있던 것들을 내 옆에 슬쩍 두었던 적은 누구나 다 있을 겁니다.
하늘에 빛나는 별이 너무나 갖고 싶었던 소년은 별 하나를 떼어내 자기 주머니 속에 집어넣습니다. 그 순간 도시가 새까맣게 어두워집니다. 하늘에서 반짝이던 별은 소년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무서운지 부들부들 떨고 있네요. 몸도 마음도 추워집니다. 그런데 행복을 느껴야 할 소년 역시 별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별을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익숙한 집도 낯설어졌고, 매일 반복했던 일상도 전혀 기억에 나지 않습니다. 무엇이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집에 도착한 소년은 주머니 속에서 별을 꺼냅니다. 혼자서 몰래 보고 싶었지만 별빛이 너무나 강했기에 별을 숨기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별빛은 소년의 집 지붕 위까지 타고 올라가며 반짝거립니다 그 별빛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는 소년이 별을 훔쳤다는 사실이 들통날 게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소년은 아마 마을 사람들에게 엄청난 벌을 받게 되겠죠? 점점 불안해진 소년은 별을 손수건에 싼 후 몰래 집 밖으로 나갑니다.
별은 얼음처럼 차가워졌습니다. 그런데 소년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별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죄책감입니다. 강을 발견한 소년은 별을 물속에 놓아줍니다. 별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멀어져 갑니다. 미안한 마음에 소년은 차마 별에게 인사도 할 수 없어요. 별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건, 그리고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 건 바로 "욕심 많은 소년 자신”이었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은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어떻게 하나요? 너무 비싸거나 불필요한 물건이 아닌 이상 부모님께 말하면 대부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친구의 엄마 아빠는 어떤 부탁도 거절하지 않지만 내 부탁은 잘 들어주지 않는 우리 엄마 아빠를 바라보면 서운하거나 원망스러울 때도 많을 겁니다. 심할 경우는 다른 부모님과 비교하면서 엄마 아빠를 다른 사람과 바꿨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갖고 싶은 물건을 모두 가져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예를 들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졌음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엄마와 아빠가 열명쯤 있으면 행복해질까요? 반대로 내가 원하는 건 다 사주는 엄마 아빠와 지금의 엄마 아빠를 바꾸면 정말로 행복할까요?
엄마와 옆에 있을 때 비로소 내가 가장 빛나듯이,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도 나의 엄마와 아빠가 꼭 안아줄 때 가장 푸근하고 따듯하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자 자기 자리가 있게 마련이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소년의 주머니로 들어간 순간, 빛을 잃어버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별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 이해가 되었나요? 그렇다면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소년의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건 너무나 갖고 싶었던 별을 하늘에서 떼어 내어 주머니에 넣는 순간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깨닫는 데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소년이 두려움과 불안을 무시하고 끝까지 욕심을 부려 별을 놓아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별은 다시는 반짝이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을 테고, 소년은 별을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했을지도 모릅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나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건 당연해.” “나는 미움을 받을 만큼 나쁜 사람이야”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때때로 실수를 할 수 있는 데도 말이죠.
살다 보면 종종 두려움이나 불안, 죄책감을 느끼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마음은 솔직히 즐거운 감정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는 물론 어른들 역시 이런 감정을 애써 무시하거나 모른척합니다. 그러나 자꾸 모른 척하게 되면 이 감정들은 점점 커지다 언젠가 "빵!!"하고 터지게 됩니다. 폭발하듯 말이죠.
이 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두려움, 불안, 죄책감이란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왜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가져봐야 합니다. 혹시 내가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지 않았는지, 힘이 세다는 이유로 동생의 장난감을 빼앗진 않았는지, 아무도 못 봤을 것이라는 이유로 남의 물건을 슬쩍 가져오지 않았는지, 등등 말이죠.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우리는 부모님에게 혼날까 봐,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움을 걱정하기 전에 그 모든 것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진진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입니다. 새치기 한 자리에서 물러나 뒤로 가는 것, 동생의 장난감을 돌려주는 것, 슬쩍한 물건을 갖다 놓는 것. 이것이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자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