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 < 빈 화분>
수학 문제의 정답이 틀리는 이유는 뭘까요? 계산을 잘못해서, 풀이 과정을 지키지 않아서, 아니면 숫자를 잘못 봐서,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등등. 정답을 틀리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정답을 맞히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가끔 얼떨결에 정답을 맞히는 경우가 종종 있죠? 솔직히 내 실력은 아니지만 맞았다는 사실만 생각하며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다시 풀면 틀립니다. 괜히 안다고 거짓말했다가 엄마한테 두 번 혼나네요.
사랑이 수학과 다른 점은 얼떨결에 얻은 사랑이란 없으며 설명하지 못하면 사랑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최고로 아름답다 해도요. 여기 정답을 맞히지 못한 아이와 그 아이를 선택한 임금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과 나무를 사랑한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꽃과 나무로 뒤덮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임금님에게 후계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온 마을에 방을 붙입니다. 나라 안의 아이들에게 꽃씨를 주고 일 년 동안 정성을 다해 가꾼 아이 중에서 단 한 명을 뽑아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핑이란 친구가 있습니다. 핑은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꽃이든 나무든 핑의 손만 닿기만 하면 쑥쑥 자라게 하는 재주입니다. 임금님의 하명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핑은 꽃씨를 받아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가꾸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꽃의 싹이 나올 기미가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더 큰 화분으로 바꿔주고, 기름진 흙을 주어도 싹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임금님과 약속한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저마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왔네요. 하지만 싹조차 없는 텅 빈 화분을 가져갈 생각에 핑은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런 핑에게 친구가 말합니다.
“핑, 넌 빈 화분이니까 임금님한테 못 가겠네?”
만약 여러분이 핑이었다면 이런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아마 빈 화분을 숨기거나 꽃을 피우지 못한 자신의 능력을 탓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면 몰래 꽃집에서 꽃을 사 왔을 지도요. 하지만 핑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난 너희들보다 백배 천배 더 피워봤어. 꽃을 피우지 못한 건 이 번뿐이란 말이야."
핑의 이런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핑은 누구보다 자신의 실력과 쏟은 정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핑은 화분을 키우면서 자기의 정성이 부족했던 것도, 실패를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은 자신의 실력과 쏟은 정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친구의 놀림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겁니다.
드디어 임금님이 핑 앞에 놓인 빈 화분을 보시곤 왜 꽃이 없는지 물어봅니다. 핑은 슬프지만 임금님께 사실 그대로 말합니다.
“임금님께서 주신 씨앗을 심고 날마다 물을 주었지만, 싹이 나지 않았사옵니다. 더 좋은 화분에 더 좋은 흙을 담아 심어도 싹이 나지 않았습니다. 꼬박 한 해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꽃이 없는 빈 화분을 들고 온 것입니다. 이 빈 화분이 정성이옵니다.”
사실 임금님이 주신 씨앗은 익힌 씨앗이었고, 익힌 씨앗은 절대 싹이 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핑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후계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하나같이 아름다운 커다란 꽃과 나무를 키워왔으니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임금님은 다른 친구들의 화분들을 마음에 들 리가 없겠죠? 임금님은 핑을 후계자로 삼을 것을 모든 사람 앞에서 선언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숙제를 못해서 혼날까 봐 급한 마음에 정답지를 베끼거나 친구의 숙제를 베낍니다. 그리고서는 “내가 했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를 속이는 행동입니다. 이러한 행동을 어려운 말로 기만이라고 하는데요, 이 기만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무엇인지 알려줄까요? 나는 완벽하게 속였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는 겁니다. 기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더 위험한 건 두번 다시 그 사람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진실을 외친다고 하더라도요. 기만하는 건 쉽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건 몇 배의 고통이 따릅니다.
내가 가진 것이 제일 크다고 속이는 것, 내 것과 다른 사람 것을 바꿔치기하는 것, 못 생긴 마음을 예쁜 말로 포장하는 것은 사랑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반대로 최고가 아닌 정성과 진심을 보여주는 것은 사랑이 반드시 지녀야 할 기술입니다. 임금님이 원하는 사랑은 정직함이었지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최상의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장 아름다운 꽃을 바치는 데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핑이 생각하는 사랑은 정성과 진심이었기 때문에 빈 화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들고 갈 수 있었습니다.
혹 부모님들이나 선생님 또는 어른들 중에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1등이 좋은 거라고,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여러분들에게 함부로 최고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혹 그런 어른이 있다면 여러분은 당당히 말하세요. 나는 지금 정성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