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슐레비츠, -<내가 만난 꿈의 지도>
핸드폰 게임과 책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걸 고를 건가요? 아마 대부분의 친구들은 신나는 핸드폰 게임을 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책보다 핸드폰 게임이 재미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게임을 오래 하면 할수록 신이 나기 보다는 지루하고 지겹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게임을 할 때는 분명 즐겁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왠지 허무해집니다.
핸드폰 게임이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들이 나쁜 건 모두 아닙니다. 그런데 단지 재미를 위한 것들이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들, 즉 당장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 이런건 조금 어려운 말로 ‘쾌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쾌락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상상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면 됩니다. 여기에 생각이나 상상력은 필요가 없죠. 하지만 우리는 단지 배가 부르거나, 놀았다는 사실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사실 책을 읽는 건 재미도 없고, 신나지도 않는 일이라 잘 보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책이 단 한권이라도 생긴다면 게임이 주는 행복과는 비교과 안 될 설레임을 주는 경험을 분명 할 수 있습니다. 혼자 걸어갈 때, 밤에 잠들 때, 혼자만의 시간이 생길 때마다 책을 떠올리며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 곳은 어떤 곳일까.
내가 갈 수 있을까.
정말로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어떻게 하지?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갈 수 있긴 할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큰 것은 바로 상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지금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꿈꾸는 것이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보잘것없고, 당장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고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그 때의 인내가 지금의 큰 행복을 만들어주줍니다.
<내가 만난 꿈의 지도>의 주인공은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갔습니다. 당연히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살 집도 없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집에서 살게 된 주인공에게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배고픔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버지는 빵을 사러 시장으로 갑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사온 건 빵이 아닌 지도였습니다. 지도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와 달리 엄마와 주인공은 기가 막혔습니다. 주인공에게 당장 필요한건 배고픔을 없애줄 빵이었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지도가 아니었던 거죠. 옆집에 살고 있는 부부의 저녁 먹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주인공은 너무나 괴로웠고, 무능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어느새 주인공은 이 지도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지도를 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따라 그리기까지 합니다. 각 나라의 이름을 외우면서 방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서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경험을 합니다. 바다도 가고, 사막도 가고, 눈 덮인 추운 산도 갑니다. 현실은 가난과 배고픔으로 가득한 전쟁터이지만 지도를 보면서 상상하는 곳은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상상 속에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배고픔과 힘든 것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건 빵도, 따뜻한 집도 아닌 바로 이 지도를 보면서 꿈꾸는 시간이었죠.
만약 그날 아버지가 사온 것이 지도가 아니라 빵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당장의 배고픔은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배고픔을 해결했다고 해서 내일 배가 고프지 말란 법은 없듯이 그 배고픔은 반복되었을 겁니다.그러나 더 슬픈 건 나아지지 않는 지금 때문에 미래를 포기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만 너무 집착하다보면 우리는 매일 그것만 해결하느라 급급하여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공부하기 싫다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핸드폰 게임만 하루종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죠? 만약 공부 안 해도 된다고, 학교 안가도 된다고, 핸드폰 게임만 해도 된다고 말하면 행복할까요? 아마 하고 싶은 마음 한켠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들 것입니다. 왜일까요? 쾌락은 그 이후에 어떤 두려움이 올지 숨길 뿐 결코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사다주신 지도는 주인공에게 현재의 쾌락을 주지는 못합니다.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돈이 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주인공에게 현재의 쾌락이 절대 주지 못하는 무한한 상상력을 주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우리에게 꿈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핸드폰 게임처럼 짜릿하지도, 솜사탕처럼 달콤하지도, 연예인처럼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내 옆에서 수많은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생각을 하고 상상 하게 하고 꿈꾸게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사랑은 현실이 되어 우리 눈앞에 소리없이 내 앞에 서 있습니다. 나를 배부르게 하고 현실에 만족하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지만 지금의 고통을 잠시 잊고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것 역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