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주는’ 기술과 ‘받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카렌 윈 윌리암스, <노란 샌들 한 짝>


< 신발 샌들 한 짝>의 주인공 리나는 전쟁을 피해 엄마와 함께 동생 둘을 데리고 페샤와르 난민촌으로 피난 온 소녀입니다. 페샤와르 난민촌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피해 잠시 온 피난민들이 머무르는 마을입니다. 페샤와르 난민촌은 모두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고사하고 먹고 마시는 것조차 턱없이 부족한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피난을 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이 죽게 되거나, 피난길에 헤어지게 되면서 만나지 못해서 고아가 된 아이들도 많았어요. 물론 전쟁으로 아이를 잃게 된 부모도 많았습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만 실제로 전쟁은 승자와 패자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임은 분명하죠.


아무튼 전쟁으로 모두 시설은 파괴되었기에 난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집 대신 천막에서 살아야 했고, 마실 물과 음식은 턱없이 부족하여 굶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난민들을 위해 보내온 구호물품이 있기 했지만 난민들의 수에 비해 많이 부족했고 어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기 위해 기를 썼고 심하게는 몸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공부하기 위해 학교를 가는 대신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갔으며 밥 한 끼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18시간씩 노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른이나 아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난민촌에서 사는 사람들의 처지는 비슷했어요.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은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였고 모든 것은 부족했죠. 그래서 난민들을 위한 구호물품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서로 밀치고 다투기 일쑤였습니다. 하나라도 더 가져가야 가족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구호물품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구호물품 실려 있는 트럭으로 빽빽하게 모여 있습니다. 물건이 내려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필요한 것, 좋은 것을 더 가져가기 위해 사정없이 서로 밀치고 밀어냅니다. 리나는 어른들의 몸싸움 속으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큰일이네요.

그런데 구호물품 배분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노란 샌들 한 짝이 떨어져 있네요. 너무 예쁜 샌들이라 이런 난민촌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발 같아요. 난민촌에 온 이후 한 번도 신발을 신어 본 적이 없었던 리나는 이 노란 신발이 마음에 쏙 듭니다. 비록 아무 쓸모없는 한 짝이지만 리나는 샌들을 들고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저기 서 있는 여자 아이가 리나의 노란 샌들 한 짝을 갖고 있지 뭐예요.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페로자였습니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샌들 한 짝을 쳐다만 보다 헤어집니다.

다음날 리나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페로자가 리나 옆으로 오더니 노란 샌들 한 짝을 리나 옆에 살포시 두네요.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한 짝만 신는 건 바보 같대.”

그리고는 후다닥 가버립니다. 할머니의 핑계를 대긴 했지만 페로자는 아마도 친구가 필요했나 봅니다. 이 맘을 잘 알기라도 한 듯이 리나는 휙 돌아서는 페로자를 따라갔고 그날로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만약 페로자가 갖고 싶었던 것이 친구가 아니라 신발이었다면 리나가 갖고 있는 나머지 샌들을 어떻게 해서든 빼앗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페로자가 정말로 필요한 건 신발이 아니라 함께 마음을 나눌 친구였기 때문에 기꺼이 노란 샌들 한 짝은 리나에게 준 것 아닐까요?

친구를 위해 자신의 샌들 한 짝을 리나에게 양보한 페로자의 용기는 정말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페로자의 양보와 용기가 없었다면 둘은 노란 샌들 한 켤레를 온전히 신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친구도 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 페로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 리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네가 두 짝 다 신어. 내일은 내가 신을게.”


리나 역시 친구가 아니라 신발이 갖고 싶었다면 페로자가 준 샌들 한 짝을 얻고 신나 하며 집으로 쌩 하니 가버렸을 겁니다. 그러나 리나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건 누구에게도 행복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서 리나와 페로자는 신발도 얻고 친구도 얻게 되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힘든 난민촌 생활이지만 리나와 페로자는 행복한 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리나가 난민촌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리나의 가족이 오래전부터 신청해두었던 미국행이 결정이 되어 리나가 난민촌을 떠나게 되었거든요. 난민촌은 떠나고 싶지만 페로자를 헤어지려니 리나는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리나가 난민촌을 떠나는 날입니다. 미국으로 가는 버스에 리나가 올라타려는데 저 멀리서 페로자가 리나에게 뛰어옵니다. 그러더니 노란 샌들 한 짝을 꺼내 리나에게 건네네요. 한 짝만 있으면 신을 수 없는 신발인 걸 알기에 리나는 페로자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리나에게 페로자는 “기념으로 가지라고.”라고 말합니다. 리나와 함께 나누어 신지 못하는 노란 샌들은 하나도 예쁘지 않을뿐더러 페로자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나 봅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샌들이라도 리나와 함께 신지 못하는 샌들은 페로자에게 아무 쓸모없는 물건일 뿐입니다. 리나는 페로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신발 한 짝을 얼른 가방에 넣고 떠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 이 노란 샌들을 함께 신을 그날을 약속하면서요. 이 신발이 서로에게 기념품이 아닌 오롯한 신발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디면 될까요? 언제쯤이 되어야 전쟁이 끝나고 리나와 페로자의 노란 샌들은 한 짝이 아니라 한 쌍이 될 수 있을까요?



내가 가진 사랑은 마치 한 짝뿐인 노란 신발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하는 거라고 말하는 이유는 마치 두 개가 있어야 온전한 신발이 되는 것과 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온전한 사랑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으로 나의 부족한 사랑을 채우거나 반대로 내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주어 상대방의 사랑을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앞의 경우를 우리는 이기주의라 하고 뒤의 경우는 이타주의라고 합니다. 이기주의로 완성된 신발 한 켤레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입니다. 아무도 신지 못하게 하면 나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이 즐거움은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기에 금방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이타주의로 완성된 신발 한 켤레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온전한 신발 한 켤레를 신어보며 그 즐겁고 감사함을 서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먼저 줄게.”라는 배려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고 나아가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는 만능열쇠입니다. 그런데 이 만능열쇠는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내 것을 채우는데 급급한 이기주의자들이 이 말을 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러나 이기주의 대신 이타주의를 먼저 드러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 신발 한 켤레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영원한 친구가 된 리나와 페로자처럼 말이죠. 어쩌면 이기주의자보다 이타주의자가 되는 게 훨씬 쉬울지도 모릅니다. 혼자 노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노는 게 훨씬 재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기주의로 만들어진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기적인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쁨을 주지 않고 외로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타주의로 만들어진 사랑은 친구를 만들고, 우정을 만들고 삶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내 것만 지키려고 애쓰는 이기적인 사랑은 쓸모가 많지 않습니다. 가끔 친구들 중에 자기는 하나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다른 친구들의 것을 탐내거나 질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가요? "흥! 쟤랑은 못 놀겠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페로자가 리나에게 자신의 신발 한 짝을 주지 않고 그냥 갖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신발은 영원히 한 짝으로만 남아 있을 겁니다. 물론 둘은 친구가 되지도 않았을 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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