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 Jul 12. 2023

여행과 사는 것은 다르다

유럽에 대한 환상은 여행할 때나 필요하다

나도 처음 해외에 나와서 살 때는 많은 기대를 품고 나왔다.



우리는 새로운 나라나 도시로 여행을 가면 “여기서 살고 싶다” 또는 “돌아가기 싫다”라고 종종 말한다. 그러나 여행에서 느낀 것을 계속 살게 된다 해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살다 보면 좋아 보였던 것들에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감사하던 것들이 점차 당연하게 되고 불평이 많아진다.

여행할 때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눈에 다 담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사는 것은 다르다. 금방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곧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 진다.

여행할 때 묵는 숙소와 거주를 위해 머무는 플랫은 너무나 다르다. 여행을 위한 숙소는 관광지와 가까운 곳,  기차역과 가까운 곳, 좋은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로 잡기 마련이다. 또는 게스트하우스를 잡아 돈을 아끼는 여행자도 있다. 함께 하는 이들 모두 여행자나 출장자 등 잠깐 그 나라에 방문한 이들이기 때문에 여행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운다.


하지만 거주를 위해선 이런 공간이 아닌 내 집, 내 공간이 필요하다. 장기로 계약서를 쓰고 집을 렌트해야 한다. 아니면 회사나 학교 기숙사를 들어갈 수도 있다. 당연히 시내보단 외곽에 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여행할 때는 매우 좁은 반경에서 매우 좁은 시야로 그 나라를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주자라면 좀 더 넓은 반경에서 활동하고 더 많은 것을 할 기회를 가진다.



부다페스트를 오는 사람들은 "다른 동유럽들과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이네. 건물들이 다 낡았네. 옛 건물들을 계속 보존하면서 쓰고 있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아주 높고 깨끗한 새 건물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부다페스트에 이런 건물이 있을 거라고는 여행자들은 상상하지 못하겠지. 물론 거주자라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자신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수도 한정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갈 때에도 한 곳에서 오랫동안 여유롭게 보는 것을 좋아하고 관광지 위주로 다니기보단 골목길로 들어도 가보고 관광객들 사이에 소문난 맛집이 아니라 무작정 걸어 다니다가 현지인이 많은 곳을 찾아서 가보기도 한다. 


우리가 여행 가는 이유는 물론 멋진 건물들을 보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새로운 곳을 가 보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여행의 본질적인 핵심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그래서 보고 싶고 직접 내가 경험해보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파리에 가서 화창한 햇빛을 받으며 공원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그렇게 공원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피크닉 하고 책도 읽으면 좋겠지만 매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유럽에 대한 환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헝가리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산과 바다가 없다는 사실이다. 바다를 보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으로 여행을 가야 하고, 산을 보러 오스트리아, 독일로 여행을 가야 한다.

헝가리는 평야 지대이고 내륙 국가이다 보니 강이나 호수만 있을 뿐이며, 산은 동네 뒷산처럼 매우 낮다. 자연이 그리울 때마다 한국이 얼마나 축복받은 땅이었는지를 깨닫고 감사함으로 살게 된다.


이웃 블로거의 글에서 읽은 내용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살다가 프랑스 니스로 여행을 갔다. 동네 분위기도 너무 예쁘고 바다도 있고 너무 좋았단다. 하지만 자신도 헝가리에서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냥 사는 거라고 대답한다.
 
이와 같이 니스에 사는 사람한테도 "여기 살면 좋죠?"라고 물어보면 "그냥 그래요."라고 답하겠지.


이전 08화 해외에 산다고 모든 게 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