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 Nov 23. 2022

헝가리에 살면 뭐가 좋을까?

나는 왜 헝가리에 사는가

나는 헝가리에 산다. 그런데 왜 헝가리에 사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왜 헝가리에 가냐, 헝가리가 좋냐, 헝가리에서 정착할 거냐, 왜 다시 왔냐 등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왜 헝가리에 가고 싶은가? 1년 동안 살면서 한국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힘든 적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헝가리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나조차도 잘 모르겠어서 고민을 했었다.


헝가리에서 바뀐 것 중 좋은 변화들이 있다. 그 변화들 때문에 헝가리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두려움이 사라졌다.

헝가리에 오기 전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여행, 해외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고 막막했다.

헝가리 유학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있다. 죠디 리의 <그래서 네덜란드로 갔어>이다. 이 책을 읽고 막연한 해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해외도 결국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해외에 혼자 여행이든 유학이든 가는 것이 두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맨날 하는 말이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한 번 유학이 취소되고 헝가리는 국경 봉쇄인 상황에서도 헝가리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어떤 일을 겪어도 그때보단 두렵지도 막막하지도 않다. 영어를 쓰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다. 단지 언어만 다르고 풍경이 다른 것뿐이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일어난 상황이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날 구멍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두 번째, 여유로워졌다.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일처리가 정말 느리다. 거주증 하나 받는 데에도 2달 이상이 걸리니 정말 답답하다. 특히 한국인들은 빠름과 편리함에 너무 적응해서 더 힘들다. 택배도 한 달이 기본이고 은행이나 마트도 정말 일찍 문을 닫고 주말에는 더 일찍 닫는다. 한국처럼 밤늦게까지 하는 카페, 스터디 카페 이런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카페는 보통 7시에 영업 마감한다. 술집이 아니면 저녁에 갈 곳이 없다. 레스토랑에 가면 음식 나오는 시간부터 계산하고 나오는 것까지 너무나 다르다. 계산하고 나오는 데에 한 세월이라 속 터진다.

처음에는 너무 일찍 닫고 쉬는 것에 불만이었고, 증명서나 카드를 받으려면 한 달이 기본이라 너무 불안했다. 하지만 곧 적응했고 오히려 일처리가 느린 것이 좋아졌다. 한국에서는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느라 정말 힘들었고 조금만 놓치면 부적응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한국에서 치여살다가 여유로운 헝가리에 오니 너무 좋았다. 급한 성격과 빨리빨리 해야 하는 성미에서 천천히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사는 쪽으로 변화했다.



이 외에도 좋은 변화들이 많다. 이전에는 관광지 위주로 다니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면 헝가리에서 살면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천천히 움직이고 골목길 위주로 현지 분위기를 느끼러 여행을 가는 게 목적이 되었다.

길치에 방향치로 지도를 보고도 길을 못 찾았는데 많이 해보다 보니 이제는 여행 이틀 차에는 어디가 어딘지 대충 다 알 정도로 길잘알이 되었다.



1년 만에 만난 엄마가 나를 보고 너무 놀랐단다. 성격부터 모든 게 너무 많이 변해서이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나보다 더 성장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앞으로 헝가리에 살면서 변화하게 될 것들이 더욱 기대되는 두 번째 헝가리 생활이다.

이전 03화 10년 만에 이룬 <해외 살기>의 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