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이 미친듯이 당겨요
태국 여행을 갔을때였다. 그때는 비건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묵고있던 숙소 조식으로 오믈렛이 나왔다. 무한 리필이 가능했는데 나는 그걸 네 그릇이나 먹었다. 세상 너무 맛있었다. 그저 달걀에 갖은 야채가 조금 들어가 있었을 뿐이었는데 기름진 모양이 미끈한 자태를 뽐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튿날까지 오믈렛을 세 그릇 때리고는 한국으로 돌아와 몇번이고 스스로 해먹었다. 평소 잘 먹지도 않았던 음식이었는데 왜 그렇게 먹어댄건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먹지 않기로 했기 때문일까. 오믈렛이 먹고싶어서 그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는 채식 달걀을 매일매일 찾아보고, 오믈렛 관련영상을 찾아보며 모양을 평가하고 맛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다 이따금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는데 스스로가 가엾기도하고, 한번만 먹을까 고민하다 마음을 다 잡기도 하고, 동물복지 달걀을 괜찮다며 급 합리화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게 결정한 굳은 다짐일수록 작은 균열로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더욱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한다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비건을 한다는 것은 내 식습관만 바꾸는 일은 아니다. 음식으로 인한 좋은 기억과 감정들까지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아마 나는 태국으로 가서 다시 그와 똑같은 오믈렛을 먹는다한들 그때의 그 맛과 감정을 다시 갖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 나는 가족들과 함께 태국에 놀러갔고, 내가 결정한 숙박업소에서 묵었으며, 생각보다 저렴하고 퀄리티 높은 숙소와 조식에 들떠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고 해서 오믈렛을 먹고싶은 당장의 마음을 없애진 못했다.그래도 진지하게 임하고 싶었다. 가벼운 욕구라고 치부하더라도 나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내가 지구환경과 동물을 위해 이토록 오래, 적극적으로 하는 일은 이것뿐이다. 이게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다시 떠오른 오믈렛의 비주얼에 괴롭다. 오믈렛 원없이 먹는 꿈이라도 꾸고싶다. 아아니이, 왜 한국엔 달걀 대체 식품이 개발되지 않는 것이야? 내가 만들어야 나오는 건가? 달걀 애정하던 모든 비건인 여러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