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가 나에게로 왔다
도시촌년 개솔이의 농촌입성
경기 안산에 있던 본가가 내놓은지 4년만에 드디어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커다란 짐을 내다 버리는 사람처럼 미적지근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솔이 데려가"
안산 집 마당에서 살던 솔이가 아직 임시거처인 장흥으로, 내게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어떨떨했다. 기분이 들뜨면서 무거웠다. 네 사람의 케어로 순하고 사랑받는 아이로 자란 솔이를 이제 나 홀로 양육해야 한다는데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이 작은 마을에 사는 작은 할머니들이 자신만한 덩치 큰 진돗개가 산책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실까. 마땅한 울타리도 없는 집에서 솔이가 뛰쳐나가 할머니들이라도 덮쳐 크게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상상은 점점 현실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를 타지 못하는 솔이에게 진정제를 먹이고 장흥으로 오고 있다는 엄마와 동생과 솔이를 기다리는 마음은 초조하고도 설레었다. 미뤄 둔 집청소를 하고 목욕재개를 한 후 그렇게 6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 가족들이 도착했다.
진정제를 먹은 솔이는 나를 발견하고 뒤뚱뒤뚱 달려와 픽쓰러졌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마구 덮칠 수는 없지만 보고싶었다며 꼬리를 흔들고 배를 드러내는 모습이 우리 개솔이가 분명했다. 눈물이 났다.
솔이를 보니 자신이 생겼다. 너도 여기에 적응하는 시간동안 애써야되니까 어떤 어려움이든 같이 이겨내게 되는 거구나. 나는 솔이에게 잘 왔다고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타지에 정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은. 도시촌년 개솔이의 농촌입성이 내 인생에 커다란 터닝포인트였다. 나는 이제 가난과 싸우며 떠도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안정을 추구하며 정착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