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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Apr 01. 2023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특별하게 살아가는 과정

특별함은 견뎌내는 만큼의 성과


조금은 달랐다.


마주하는 모든 순간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 나이 또래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까다롭고 불편한 순간들이 많았었고, 그런 순간들이 차츰 익숙해질 때 즈음 견뎌왔던 모든 일들은 축복과도 같이 능력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22살 처음 든 생각 "꼭 남들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누가 주는 돈을 받고 살아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살아야 할까? 내 능력만큼 더 일을 즐기고 벌어갈 수는 없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발 빠르게 사회경험을 일찍 쌓게 해 나갔고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나를 찾아주는 스타트업으로 달려갔다.


연봉이나 배움은 개의치 않았다. 학생신분인 내가 능력이 뛰어나다면 얼마나 뛰어나겠다고, 바라는 것 또한 많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사회를 읽어나가고 싶었다. 디자이너로 디자인을 하면서 제일 빠르게 깨달았던 점은, 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유통되는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5% 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저 남밑에서 200 버는 그림쟁이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었기에 여러 공장과 납품되는 다양한 시장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나의 24살은 그 정도 경험이면 해외유학보다도 더 값진 경험일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기회가있었고, 보는 시선때문에 놓치기도, 노력에 잃기도하였다.


많은 기회가 있었다. 제품의 원료개발부터 제조공정, 양산등 모든 과정을 경험하고자 주말에도 잦게 담당자분들을 귀찮게 하였었고, 백화점 납품날이면 새벽 4시에 경기도 수원에서 파주까지 작은 스파크에 짐을 싣고 출근했었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같은 대형 드럭스토어와 미팅이 잡히는 날이면 전날 미팅 간 멘트부터 알고 가야 하는 많은 지식들을 되짚었었고 명동이나 유명한 시장가에 광고가 노출될 때는 주말에 직접 방문해서 그 분위기를 읽기도 하고, 실수나 오류가 발생하면 자책하기보단 다시는 없게끔 메꿔 가려했었다.


25살까지 꿈이 없었다. 살아가면서 목표나 꿈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나는 사업자를 내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내 목표를 모르고 일만 하던 일쟁이 었다. 퇴사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창업하고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5살의 나는 너무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었고, 그런 나에게 완벽한 28살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내 꿈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내 클라이언트들이 나를 디자인외주 때문에 찾는 것은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나는 그저 같이 사업의 브랜드화를 진행해 주는 친절한 npc 같은 존재가 되려는 걸 지도 모른다.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이 있다. 디자이너를 떠나서 곁에 오래 두고 싶은 사람이라고, 어린데 생각하는 게 깊어서 그러신 지 대화 나누는 게 즐겁다고 등. 누군가한테 오래 곁에 두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것만큼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다. 대표님들과 이야기할 때의 화법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접하고 있지만 이외에도 시사점이나 분야에서 안내해 드리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다 쉽게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인 것 같다.


유연하게 생각한다. 많은 일들을 눈앞에 두고 개요를 다시 되짚어본다. 누구나 똑같은 디자인 툴을 사용해서 디자인을 하고 트렌드를 저마다 읽어나간다. 이 뻔한 세상에서 브랜드 오너들이 찾는 디자이너는 어떤 존재일까. 생각보다 단순한 논리이지만, 일을 잘하는 디자이너보다는 같이 의논해 주고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파트너 같은 디자이너이다. 누구나 친근한 내편을 원하지 불편한 내편을 원하진 않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5시반에 일어난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먹이를 찾아보려고 애쓴다.


가슴이 무척 설렌다. 지금껏 목표가 없이 살아왔었는데 문뜩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바라던 목표와 근접해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학력을 더 쌓아나가고, 내 또래보다 3-4배 이상의 돈을 벌고, 나보다 앞서나가시는 존경스러운 대표님들과 인생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한다. 그들의 니즈는 내 연구와 연결되어 결국 교집합의 범위가 커지게 된다. 참 고마운 일 아닌가.


28년간 엉망이었던 인생의 톱니바퀴가 이제야 맞물리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어렵게 접근했던 인생은 알고 보면 보다 쉬운 퍼즐들로 이루어져 있다. 독백 속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본모습에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고 연구해 나갈 때, 진실된 나를 만난다. 올 한 해 더욱 유연한 사고로 많은 일들을 겪어 나가면서 확고해지는 목표에 수식어구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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