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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Oct 08. 2023

전국 시대의 요새를 찾아서

무계획의 여행기 03

추천받은 이누야마를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누야마까지 가장 빨리 가는 길은 가나야마에서 급행을 타는 방법이었다.

숙소에서 가나야마까지 걸어서 30분. 옷가지와 중요하지 않은 짐들은 숙소 침대에 두고 나왔고 카메라와 삼각대만 가지고 나왔지만, 32도까지 찍어버리는 날씨에 등은 출발부터 땀범벅이 되긴 시작했다.


가나야마에서 신 우누마 행 열차를 타고 1시간가량 달려 이누야마에 도착했다.

이누야마도 관광객이 많은 소도시라고 했지만, 역을 나오고 난 나를 마주한 것은 역 주변을 제외하고 5층 내외의 작은 건물들의 지평선이었다.


이누야마 역 앞 횡단보도의 모습. 정말 큰 건물이 많이 없다.


역에서 메인 스트리트인 혼마치 거리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혼마치 거리는 멀리 이누야마성이 보이는 옛날 거리이다.


혼마치 거리 좌우로 옛날 느낌의 상점들이 즐비해있다.


점심시간이 거의 지나갈 무렵이 다되어 혼마치에 입성한 나는 밥이 가장 급했다.

이누야마에는 소문이 난 소바집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고, 한국에서도 소바에 환장하는 나는 바로 그 소바집으로 향했다.



자루소바 맛집, 마츠이(Matsui)

소바 전문점 '마츠이'


기후현의 구조 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마츠이는 수타로 면을 만들고, 본점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본점에서 쓰는 물과 똑같은 물을 공급받아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메밀을 전문으로 하는 집답게 메밀을 사용한 튀김 또한 인기메뉴. 나는 자루소바 곱빼기와 튀김을 주문했다.


모자랄 경우 더 찍어먹을 수 있는 쯔유까지 함께 와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마신 차 또한 굉장히 맛있었는데, 느낌상 메밀을 이용한 차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일본의 천수 12곳 중 국보로 지정된 단 5곳의 성. 

그중의 하나인 이누야마 성


점심을 끝내고 천천히 걸어 도착한 곳은 이누야마 성.

작은 산 위에 지어진 이 성은 나고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그 형태를 잘 유지한 성으로 유명하다.


Hasselblad 503cxi, Portra 400


전국시대의 다이묘였던 오다 노부가가가 소유했던 성으로, 그의 장수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직접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이누야마 성의 모습.

이 성의 특징으로는 오르막이 굉장히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는 쳐들어오는 침략자들을 막기 위한 설계로, 마루 바닥을 걸을 때마다 나는 소리 또한 암살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성주의 계획으로 만들어진 설계라고 한다.


이런 오르막을 따라 3개의 층을 오르면 성의 꼭대기에 도착하게 되는데, 성의 보호 차원에서 들어갈 때 봉지에 신발을 넣어 가지고 들어가게 된다.

입구에서 올라가는 계단. 이것보다 더 가파른 계단도 존재하기 때문에 조심하자.

이 계단도 그 당시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이걸 썼다고 하면 암살하러 쳐들어왔다가 굉장히 당황했을 것 같다.


성에서 바라보는 가카미가하라시.

성의 꼭대기에 도착해서 보이는 것은 가카미가하라시의 모습. 낮은 건물들이 많아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그 주변이 훤히 보이는 풍경은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이라 생소하지만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Hasselblad 503cxi, Portra 400


앞으로는 산이, 뒤로는 넓은 강이 존재해 지리적으로 요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이누야마 성은 그 역사를 알고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성이었다.

 

양말을 신고 무릎 높이의 난간을 옆에 두고 한 바퀴를 돌아보자

이곳 또한 둘러볼 수 있지만, 나무 자체가 바깥쪽으로 약간 들려있는 느낌도 나고 양말 또한 미끄러워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떨어질 것 같았다. 혹시라도 관광을 가게 된다면 조심해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누야마까지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나는 혼마치 방향이 아닌 새로 보이는 길을 이용해 이누야마 역으로 향했다. 한적한 마을, 중간에 보이는 맛있어 보이는 제과점, 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보며 물어봐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집에서 찾아봤다면 이누야마라는 곳은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고야에 갔으니 나고야 성을 가야지!'도 물론 좋지만,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찾아가는 것 또한 자유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아직 이틀 밖에 안되기는 했지만, 저녁이 다가올수록 집에 가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느껴 아쉬운 마음이 강해졌다. 얼른 숙소로 돌아가 오늘은 나고야의 밤 사진을 찍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나고야로 향했다.

이전 05화 나고야에 하루 더 묵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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