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을 차단시키자.
나는 요즘 브런치에서 라이킷이 100개 이상인 게시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람들의 무수한 관심과 호기심을 백만장자가 돈다발을 쓸어 담듯 라이킷이 눌려지는 이유를 궁금해하면서.
이들은 글의 흐름에 독자를 자연스레 흡착시키는 '흡입력'이 있다. 문장이 크게 길지 않아도, 여운이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커피 향처럼 좀체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손에 쥐어도 쥔 느낌이 없는 깃털처럼 가볍다. 독자들이 글의 서두에 지레 겁먹지 않고 천천히 따라갈 수 있다. 심지어 어휘도 대중적이다. 독자들이 들어본 적 없는 어휘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반면에 나는 세상의 모든 현상에 매사 '엄근진'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든 글들이 다 중압감으로 무장한 나머지 진입하려는 독자들을 강경하게 거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보라, 지금도 문장이 상당히 길다. 그리고 또다시 엄청 진지해진 것 같다. 너무 진지해지면 일단 재미가 티끌만큼도 없다. 그리고 나는 사실, 매사 재미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재미없고 고루한 성격이 글쓰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다.
내 글이 독자들에게 읽힐 만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좌절의 쓴맛을 삼킨다. 허랑방탕한 독백을 주절거리듯 내 이야기만 쏟아내 독자로 하여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버리게 만들었을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는 했나, 스스로 조금 부끄러워진다. 사실 나조차도 글만 많이 써내지 글의 의미를 태도와 행동에 'Crtl+C, Crtl+V'하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이러면 말만 번지르르한 선동가와 다를 게 뭔가?
내가 좀 더 세상에 열린 사람이 되려면, 진중함을 한 스푼 덜 먹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글은 퇴고도 안 할 것이다. 반성을 두 번 할 거 한 번만 해보자. 난 너무 반성이 많아서 탈이다. 지금도 반성에서 미세한 생선 가시를 발라내듯이 더 세밀한 반성을 발견한다.
그냥, 일단 계속 써보기로 했다. 가끔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볍게 줄줄 써내려 한다.
문득, 미어캣처럼 단순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