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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무게를 찾아보자.

무게가 적당하면 안정감이 생긴다.

by 문하현

한 번씩 실가닥처럼 얇은 나뭇가지가 격하게 흔들리듯 몸과 마음이 휩쓸리곤 한다. 분명히 엄지손가락처럼 굵었던 나뭇가지가 어느새 빼빼 말라비틀어진 것만 같은 착각에 몸의 일부분이 베이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언제 이렇게 가벼워진 건지, 다시 굵어진 상태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누구든지 간에, 주변의 소요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내가 없어진 것 같은' 감각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한 번은 있을 것 같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하여 나의 생각과 감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행동에만 집중해 버린 나머지 '나의 무게'가 털실처럼 가벼워져 버린다. 툭 치면 바닥으로 픽 고꾸라질 것 같은 입간판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입간판을 지탱하는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휩쓸리고, 때로는 찢겨나가고 만다.


'나의 무게'는 나와 외부와의 비교를 통해, 내가 얼마만큼 가벼워졌는지 가늠하고 적당한 무게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정작 가벼워져야 할 때 너무 무거워져 있으면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적당한 무게라는 건, '쉽게 아물 수 없는 상처를 받지 않을 만큼'의 무게다. 그냥 상처라고 해도, 너무 가벼워진 상태라면 훨씬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무거워져 있다면 덜 아프겠지만, 그만큼 둔해진 나머지 튕겨내지 않아야 할 것들까지 모조리 튕겨내고 만다.


적당한 무게는 자연스레 안정감을 마음에 깃들게 한다. 내가 안정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데 사용하던 희뿌연 렌즈가 깨끗해지고, 타인에게 있어서는 좀 더 편안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 매사 이리저리 휙휙 뛰어대어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보다는, 잔잔해서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사람에게 이끌리지 않던가?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뒤쫓는 경향이 있다. 불안정하게 허공에 둥둥 뜬 발을 디딜 곳을 찾아 의지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가 작동하는 것이다. 고유의 안정감이 있는 사람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크게 흔들릴 것 같지 않고, 때로 보이고 싶지 않은 약한 모습을 드러내도 괜찮을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마음의 무게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때로는 유연하게 빼거나 늘릴 필요가 있다. 요즘 나의 무게가 부쩍 가벼워져버린 것 같아 다시 조금씩 늘리려고 한다. 누가 앉아도 편안하게 느낄 만큼 너무 흔들거리지도, 너무 묵직하지도 않은 의자처럼 스스로만의 적당한 무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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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