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기심을 인지하자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파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사람은 '이기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나쁘다'라고 비난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다르게 한 번 생각해 보자.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주는 행위는 이기적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무언가를 타인에게 주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수치가 어떻게 매겨지든 -1 이상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간식거리를 타인에게 주는 일은 만약에 주지 않았다면 내가 멀지 않은 미래에 먹었을 것을 주는 것이기에 손해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결과를 무슨 이유이든 간에 전혀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일차적으로 내가 주겠다고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주는 사람에게 있어 손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주는 행위가 마땅히 이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손해를 감수하는 일은 곧 희생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되기에 희생하는 사람은 이타적이다,라고 자연스레 판단에 이르게 된다.
주는 사람, 즉 '기버'는 본인 스스로를 이타적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누구든지 나눠주시는 것을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든 스스로를 이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는 행위 자체는 본인만의 내밀한 의지와 욕심에 따른 것이라면, 주는 행위 또한 지극히 '이기적'일 수 있다. 예컨대 배려는 그 자체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보람을 느끼려고 배려하는 것은 일종의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 넓게 보면 배려 또한 '이기심'에 기초한 것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우리는 배려가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이때까지 전개한 주장에 따라서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감정적인 생물이다. 배려가 이기적이라고 느끼지도 않고 이렇게 생각하려니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일 것이다. 타인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배려가 어떻게 이기적인 행동이란 말인가?
'기버'에게는 항상 마음속으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주는 행위'에 한껏 취해서 줬다는 사실을 부풀리지 말 것. 이 점만 명심한다면 주고받는 과정이 한결 편안하게 인식될 것이다. 주려는 마음이 이기적 일지 몰라도 나쁜 일이 전혀 아니니까. '테이커'에게 좋은 결과로 해석되어 잘 마무리되면 그만인 것이다.
요컨대 주는 일 또한 나의 내밀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테이커에게서 '인식되기'보다는 기버가 앞서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