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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be ambitious!

by 명랑소녀

하와이 오하우섬의 와이키키 해변 근처에 알라모아나라는 큰 쇼핑센터가 있다. 무료 훌라 공연이 매주 열린다. 이 공연을 보려고 아이들과 남편을 꼬드겨서 쇼핑센터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 바로 옆에 월마트가 있어서 미쿡 마트는 어떤지 구경하러 잠깐 들렀다. 그런데 아뿔싸! 아이들이 쇼핑 삼매경에 빠져서 돌아갈 생각을 안한다. 미쿡 젤리들은 아이들의 혼을 빼 놓을만큼 화려하더라. 파인애플 모양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단 것들을 고르느라 시간을 쓰고 있었다. 나는 공연을 못볼까봐 노심초사하며 아이들을 닥달했다.


간신히 공연 전에 쇼핑센터로 돌아와 공연장을 찾아냈다. 벌써 관람객으로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다 찬 상태. 아이들은 몸집이 작으니 틈새를 찾아서 앉히고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다양한 나라에서 왔을 듯한 관람객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시간이 훌쩍 흘러 어느덧 사회자가 무대에 나타났다.


곡에 대한 설명, 훌라팀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사회자는 퇴장했다. 아름답게 치장한 훌라 여인들이 우아한 곡은 우아하게 신나는 곡은 신나게 공연했다. 근육이 엄청 단단해 보이는 훌라 남인들은 상반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남성성을 과시하며 역동적인 춤을 선보였다. 하와이 훌라는 본래 남자들이 역사를 전하기 위해 했다고 하며 남자 훌라 댄서도 많다고 강사님이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남자댄서를 본 건 처음이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몸동작, 감정이 풍부하게 담긴 얼굴 표정. 보고있으면 저절로 같이 웃게되는 미소. 나도 모조리 갖고 싶구나. 욕망덩어리에게 욕심이 스믈스믈 생겨났다.


사실은 봄학기가 끝나갈 즈음, 강사님이 상기된 표정으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공연제안이 왔다고 했다. 우오우오우오우오우오우와아아아아. 강사님 제자들이 참 많은데, 진짜 잘 추는 사람들도 많으니 나에겐 해당사항 없는 일일거라 생각하면서 물었다.

“저도 가는건가요?”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요!’)


강사님은 당연하죠! 라고 해서 나를 무지 설레게 했지만, 다음 번 수업에서 말씀하시길 아직 우리 모두의 역량이 부족해서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단다. 그렇지만, 한 번 딱지를 놓으면 다시 콜이 오기란 쉽지 않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얼마나 잘해야하길래!! 내가 가서 봐주겠어! 이런 마음으로 별로 내켜하지 않는 가족들을 부득불 우겨 끌고 와서 관람을 한 거였다.


역시. 정말 수준이 너무너무나 높구나. 강사님의 결정이 이해가 쏙쏙되었다. 그러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더더 열심히 훌라에 매진해봐야겠나? 그건 아리송. 내가 전문 댄서는 아니니까. 나는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댄서니까. 하와이에서의 공연을 꿈꾸면서 오래오래 훌라를 할거야. 일단, 마음부터 접지는 않는 나란 사람. 역시 N이야. 언젠가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서 멋지게 훌라공연을 할 거야. 강사님의 버킷리스트인 것 같으니 강사님 옆에 꼭꼭 붙어있으면 돼.


꿈은 크게 꿔야지. 꿈을 백만레벨을 꿔야 백레벨정도까지는 이루는 거 아니겠나? 생각만 해도 신나잖아. 하와이에 훌라 공연하러 가는 거. 우히힛. 앗, 그런데 지인과 친구들에게 구경하러 오라고 하기가 난감하네그려? 돈 많이 벌어서 친구들 비행기표까지 다 끊어줘야할랑가, 숙소도 잡아주고? 꿈이 커지고 더 커지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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