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춤이다
<바디프로필 1일차입니다> 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에 나의 심장을 강타하는 문구가 있었다.
너무 감동적인 강의를 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인성이 별로인 경우, 책에서 그렇게 통찰력 있던 작가가 실생활과 글이 너무나 달라 실망을 주던 일.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직접 만나서 느껴지는 그 사람의 태도를 보게 되고, 그것만을 믿는 습관이 생겼다. 이 태도에는 자기 몸을 대하는 자세도 포함된다. 그가 경험한 이야기는 그 시점에서 모두 과거다. 그가 말하는 비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그의 현재만이 지금 그 사람을 말해준다. 이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스텔라 <바디프로필 도전 1일차입니다> 153페이지
이 책을 읽고, 몇몇 사람들과 바디프로필찍자는 모임에 함께 했다. 이 모임에서는 결실이라는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 모임을 계기로 여러가지 운동을 하며 내 몸을 바꾸는 여정을 시작했다. 주 3회 새벽 달리기, 주 2회 필라테스, 주 2회 요가에 주 1회 훌라를 했다. 하루에 달리기, 필라테스, 요가를 한 날은 내가 전업 운동선수인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당시에 나는 어마어마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몸에 얼마나 미안한 생활을 했었던 건지. 내 몸아 미안해. 그렇다고 내가 인스턴트를 즐겨먹는다거나 불량한 식생활을 한 건 아니었는데, 핑계를 대자면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집에만 있다보니 먹는 일이 더 행복했고, 건강을 위해 다른 에너지를 쓸 여유가 없었다. 아니다. 다 핑계다. 의지가 없었고 계기를 못만들었다.
책을 읽고 계기를 만들어 노력을 들이니 몸의 변화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살이 조금 빠지다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때마침 지인 추천으로 알게 된 다이어트 제품을 경험하여 획기적으로 살을 빼면서 건강을 찾을 수 있었다. 세상에 좋은 게 참 많다. 15키로 정도 살을 빼면서 건강해지고 가벼워지니 운동하기가 더 좋았다.
이참에 복근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내 꿈을 적어놓는 꿈판에 복근녀 사진을 붙였다. 복근녀 얼굴엔 내 얼굴을 편집해 넣었다. 남편이 그걸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었다. 내 의지를 활활 불타게 만들어주는 그런 웃음이었다. 내가 반드시 해내고 말리라! 다시 모임이 결성되었다. 여러달 애쓴 덕에 눈에 띄게 복부 라인이 좋아졌다. 역사에 길이 남을 사진을 찍은 후에 마음이 해이해져서 안타깝게도 1년이 지나도록 복근녀 단계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렇게 글로 만천하에 공표하고 나면 더 열심히 하게 되겠지! 암만!
복근은 안생겼지만, 바디 라인이 슬림해지고 나니 훌라를 하는 내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같이 춤추는 사람들도 나의 변화를 놀라워했다. 훌라하러 가서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연신 사진찍고 싶을 정도로 내 자신이 이뻐보였다. 공연하면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고 또 보고, SNS에 공유하면서 나의 변화된 모습을 연신 감상했다.
춤은 보여주는 것이니, 춤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몸을 가지느냐가 참 중요하다. 댄스강사시절에 방탄소년단의 안무를 열심히 따라해봤지만, 왜 그들과 비슷한 느낌이 하나도 없을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방탄소년단의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돌들은 열심히 몸을 관리하는 것이겠지.
혹자는 후덕한 풍채를 가진 여인이 훌라를 춰야 이뻐보인다고도 하던데, 나는 그 말에 반대입장이다. 나의 훌라 강사님은 발레리나처럼 마른 몸을 가지셨는데 훌라 출 때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말로 못한다. 강사님처럼 되는건 이번생에선 어렵고, 내 몸이 갈 수 있는 최선을 만들어야지. 그러면 강사님의 반만이라도 우아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복근도 만들고 싶고, 늘씬한 사람으로 살고 싶기도 하고, 백세 시대에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기 때문에도 운동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훌라댄서이고 싶은 마음이 참 크다. 모아나 할머니처럼 죽기 전날까지 훌라를 추고 싶지만, 그분과 같은 풍채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만의 버전으로 노년의 훌라를 할 예정이다. 그날을 위해, 그리고 나의 내일을 위해 오늘도 자기관리를 하는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