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day My Prince Will Come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아틀라스가 그의 어깨에 하늘의 천정을 메고 있듯 인간도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토벤의 영웅은 형이상학적 무게를 들어 올리는 역도 선수이다. –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작은 거인. 이 형용모순의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재즈 연주자이다. 온전하지 못한 육체로 남보다 훨씬 더 무거웠을 삶이라는 형이상학적 무게를 들어 올려 견뎠던 재즈사에 보기 드문 연주자로, 선천적인 골형성부전증이라는 병은 Michel Petrucciani에게 무수히 반복되는 골절과 폐 질환의 고통스러운 삶으로 주어졌고 성장은 91cm에서 멈춰버리게 했다.
Petrucciani는 4살 때 Duke Ellington의 연주를 보고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아버지는 마지못해 장난감 피아노를 사주었고 그는 망치로 피아노를 부숴버렸다고 한다. 만약 그가 현실과 정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그는 그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 과격한 폭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그의 삶에 대한 투쟁의 시작이었다. 그가 작은 체구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는 과정은 안 봐도 눈물겨웠을 것이고 삶과 죽음은 고독한 벗처럼 항상 따라다녔을 것이다. 그의 생은 밀레니엄을 견디지 못하고 36년을 살다 1999년에 사망하였다.
간혹 격정적일 때 그의 피아노 터치가 너무 강하고 거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작은 체구로 마치 피아노를 지배하고 호령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전직 복싱 선수 출신으로 사각 링에서 상대와 혈투를 벌여야 했던 Red Garland의 부드럽고 유려한 터치의 상반된 소리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Niels-Henning Ørsted Pedersen (닐스 헤닝 외스테드 페데르센, 이하 NHØP)은 재즈 연주자 중 가장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악기 연주자 중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수많은 연주자들과 명반, 명연을 남겼고 특히 Oscar Petersons이나 Joe Pass, Stephane Grappelli 등 초절 기교의 테크니션 연주자들과의 불꽃 튀는 연주는 항상 청중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작은 공연 녹음임을 알 수 있는 청중의 숨소리와 잡음이 함께 섞여 들리고 이내 바로 Petrucciani의 Someday My Prince Will Come 메인 멜로디가 연주된다. 짤막한 인사 같은 메인 멜로디 후 시작되는 본격적인 즉흥연주는 맑고 밝은 피아노 음색과 조금은 경쾌하게 느껴지는 터치, 그리고 프랑스의 서정성이 묻어 있는 Petrucciani의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NHØP의 베이스 연주는 누구와 연주하든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베이스라는 악기는 그룹에서 리듬을 만들어내야 하는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지만 간혹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NHØP의 연주는 단순한 타임키핑(Time Keeping), 즉 리듬과 템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곡의 시간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리듬을 더욱 화려하게 꾸며주기도 한다. 간혹 지나쳐 기본 리듬이 흐트러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음악을 글로 표현한다는 자체가 너무 어렵고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느끼는 감동의 전달이 매번 사용하는 미사여구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표현의 상상과 알맞은 비유가 간절할 때가 많다. Michel Petrucciani와 NHØP의 연주 표현이, 그리고 그 의도가 온전히 내게 전달되는 감동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머물러만 있어 아쉽다.
그래도 나는 봄날의 이 왈츠 연주가 너무 좋다.
이 음반은 덴마크 방송국 주관으로 코펜하겐에 위치한 재즈 하우스에서 1994년 녹음해 Michel Petrucciani과 Niels Pedersen 모두 사망 후인 2009년 Dreyfus 음반사에서 발매되었다. Michel Petrucciani와 Niels Pedersen은 이 공연 이외에 공식적인 연주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기록도 같이 연주한 기록이 없다고 하니 재즈 애청자로서 아쉬움이 많다. Michel Petrucciani는 Chet Baker의 Autumn Leaves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Steve Gadd과 자주 연주했으며 Jim Hall, Stephane Grappelli 등과도 자주 연주했으니 이 음반처럼 듀엣이 아니 피아노에 Michel Petrucciani, 베이스에 Niels Pedersen, 드럼에 Steve Gadd 구성으로 Jim Hall이나 Stephane Grappelli가 참여해 쿼텟 구성의 연주를 상상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