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제일 아래의 나와 젤네일 그리고 사우나 등등등
나는 사우나를 참 좋아한다. 한여름엔 건너뛴다. 시원한 요즈음 거의 매주 간다. 낯 모르는 이들의 고부갈등 시댁문화 며느리 흉 등등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그런저런 이야기하며 패 뜨는 분들도 보았다. 참으로 별세계.. 지난 이야기는 여기서 https://brunch.co.kr/@haidigim/26
흘림체와 곰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아닌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사우나가 참 좋다. 열기를 이기려 젖은 수건을 푹 쓰고 투명인간처럼 앉았다 나오다 슬슬 수건을 안 써도 열기를 견디는 내공도 생겼다.
오전 7시와 오후 2시는 같은 사우나에 다른 우주가 있다. 다른 달목욕 무리가 있다. 7시 할머니들은 손수 만들어 온 풀을 바르거나 소금마사지를 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니 나눠도 주셨다. 예전 같으면 새침한 척 '괜찮아요' 했지만 이젠 아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다' 할머니들 따라서 열심히 팔꿈치며 발 뒤꿈치에 소금을 문지르다 보니 뜨거운 곳에서 십 분도 수이 간다.
2시 사우나에는 또 다른 여유가 있다. 새 네일이 마음에 안 든다는 한 마디에 '예쁘기만 하구먼' 칭찬일색. 노랑과 초록 교차 글리터젤이라는데 감았던 눈을 슬쩍 떠서 보니 다른 손톱들도 반짝거렸다. 젤네일도 뭐도 없는 내 손톱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네일과 페디를 즐겼던 적도 있다. 열심히 살았다 스스로 칭찬하며 선물처럼 오가던 단골 네일숍도 있었다. 키보드를 치다가 정리된 손톱을 보면 힘이 날 때도 있고. 남편과 기쁨이도 같이 가서 손마사지를 받기도 했지.
네일샵도 사치다. 시간도 돈도. 어느 늦은 밤 셀프 네일 하겠다고 장비를 샀다. 젤 램프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근처에 네일 재료 도매상 사장님이 추천한 베이스젤, 탑코트 등등 구비했다.
의지는 높았지만 내 손은 그러하지 못했다. 남편은 나를 우리 집 '흘림체'라 부른다. 나도 내 곰손을 알다마다. 몇 번 '금손' 남편이 매니큐어를 칠해 준 적도 있고 해서 딸과 앉아서 시도해 봤다.
그러나 온 집을 진동하는 알코올 냄새 때문이었던 가, 서랍에서 잠들어 있다.
여름이면 몇 번 꺼내어 봐도 끝 마무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딘가 스치면 처음부터 다시 베이스젤, 젤만 3회, 그리고 탑코트까지. 한 손 하고 다른 손을 처음부터 해야 하니 생각보다 긴 시간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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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다 옛날 얘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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