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름표 떼기

인연도 인연 시간도 시간일 뿐

by 하이디김

새해 일출을 퉁치자며

길을 나섰다.

남편이 나서자 하여 둘이다.

기쁨이 해피는 집이 좋다한다,


오십분걸려 언덕배기 다 가서는 그만 남편의 골프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그리 춥지도 않은 남쪽나라건만

감기 무섭다며 챙긴 장갑.

몸이 데워지니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는데

다시 끼려고 하니 한 짝만 안 보인다.


내려가는 길 무릎 시리지 말자며

계획한 둘레길로 가지도 못한다.

계단많고 가파른 길을 다시 내려간다.

남편은 군말 없이 같은 길로 간다.


..이 몇 년간 쓰지도 않은 장갑을 갑자기 끼고 나와서는...쩝

한 마디가 다다.


내려오는 내내 같은 길을 걸어오며

나는

땅만 봤다.

장갑의 손가락도 안 보인다.


무것도 없었다.

분명 그 길 어디든 있을 줄 알았건만.

찾지 못했다.


가는 해 정리 하고

오는 해 결심이라도 세울 줄 알았던,

길이었다.


늘 그렇듯,

왜 장갑을 잃어버렸는가

머리를 쥐어박듯

자책만 하다 보니

이미 등산길 초입까지 내려와 있다.






지나 보니 지난 해 대부분이 그랬다.

정신줄 잡느라 급급해서

주변 돌볼 여유도 어려웠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아도

편한 마음으로 지낸 시간이 턱없이 짧다.


어쩌다 네 이모와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어디가 불편하다며 달려가는 나.

더 빨리 온다는 119를 불렀던 너도,

재작년이었다.

성당에서 갑자기 심박수가 너무 빠르다며

성화에 못이겨 응급실을 들렀던 것도.


고맙게도?

지난해는 그럭저럭 지내왔다.

매번 쉽지도 않았지만,

그만하면 이만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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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통해 감정에 이름을 지으며 삶을 다시 이야기로 쓰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계속 쓰면서 나를 돌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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