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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Nov 15. 2024

괜찮아 엘리스, 최재천의 공부, 숙론

 트럼프 당선과 신자유주의 | 교육 양극화

펜실베이니아 대학 사회학자 샘 리처드교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로 유명하다. 때때로 유튜브로 강의를 생중계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 중계한 강의에서 학생들과 트럼프 당선의 의의에 대해 즉문즉답을 벌이는데 기억나는 구절이 있었다.


트럼프가 어떻게 시대의 파도에 올라탔는가였다.


800명 규모의 교실에 약 25%가 빨간 모자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썼다. 트럼프가 'evil'이라면 이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evil'이냐고 반문하면서 그럴 리가 없다며, 트럼프를 당선시킨 역사적인 힘(hystorical forces)에 주목하라고 주장했다.


온종일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교수 관점에도 흠 많고 말 많은 트럼프를 미국인들이 뽑게 된 이유는 자유주의가 '내' 일자리에 영향을 끼쳤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어디 미국에만 영향을 끼쳤을까. 우리나라 교육에도 신자유주의가 만연하다.


스스로를 '홈스쿨링'한다던 한 사람은 자기가 돈 벌어 아이들을 가르친단다. (근데, 돈 벌면서 홈스쿨링까지 가능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막대한 자산가일지도 모르겠다. 마을교육공동체 지원에 반대하는 분이었고, 거듭되는 큰 목소리로 훼방을 놓는 바람에 교육 간담회 중간에 퇴장당한 분이다.




어느 정도의 진실이 섞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에 드는 생각은 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돈이나 시간이 충분한 사람의 홈스쿨링과 이도 저도 없는 사람이 하는 홈스쿨링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과장해서 보자. 재벌가 자녀의 홈스쿨링은 각 분야의 대가를 모셔놓고 중세 유럽 귀족이 받던 개인 교습과 비슷할 것이다.


먹고 입을 걱정이 한가득인데 홈스쿨링을 한다면, 십중팔구는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할지도 모르겠다. 우선적으로 대면과 비대면에서 차이가 난다.


비대면 교육의 한계는 우리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서 이미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후유증인지, 미디어가 범람을 해서일지, 읽기와 쓰기 언어발달과 사회성에 문제를 겪는 아이들도 많다.


언어치료, 사회성그룹치료센터는 활황이다. 놀라운 뉴스일까? 아니면 선진국이 앓는 고질병, 당뇨와 같은 것일까?


다시 돌아와서, 없는 집에 태어난 자녀가 운 좋게 비상한 능력을 지녔다면, 인터넷의 좋은 점만 활용하여 긱(Geek)이 되어 제2의 스티브잡스가 될 수도 있지만 게임중독자, SNS 중독자가 될 수도 있고,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대면, 비대면은 둘째 치고라도, 구독료를 내면 향상된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북클럽 트레바리(trevari)나, 폴인(fol:in) 등등. 일정 이상의 소득이 있다면, 0.1%도 안 되는 요금이다.


정보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양극화가 심해진다.


아파트가 자리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며 마을이 사라진 공간에 사교육이 속속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평일 수업에 더해 주말 오픈클래스, 당일 투어 등등 엄마들 일손을 거든다. 학원을 다니지 않거나 저소득층일 경우에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미를 관찰하거나 자연과 노는 아이들은 놀이터에 없다.

학원 끝나고 귀가 직전에 엄마 잔소리를 피해서 스마트폰을 보아이들은 어쩌다 만날 수도 있다.


올해로 만 3세가 된 우리 기쁨이는 내년 처음 학교, 유치원에 간다.

유치원에 가면 낮잠 안 자도 된다며 신나 하더라.

네가 살아갈 세상에서 내가 할 선택의 무게가 커져만 간다.

 



교육청에서 시사회를 진행했다. '괜찮아 엘리스'는 80분이 채 되지 않는 다큐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희미하게 이 영화의 모태였던 그 책이 기억났다. 몇 번의 책장 정리에도 살아남았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는 2014년에 발행된 책이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기자는 십 년 전 취재차 덴마크를 방문했다.


왜 우리는 행복할 수 없는가? 에서 시작한 질문에서 시작된 취재는 사회를 바꾸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중3까지 시킨 사람 없는데 무지막지한 양의 공부로 번아웃이 온 여학생과 섭식 장애가 온 학생도 한데 모여 앉아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장면에서 나도 함께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했다.


영화에 나온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참 좋았고, 혈액순환하려고 하는 취미 축구에서 득점왕이 되었다는 오연호 기자가 반가웠다.


실패도 경험해 보고, 스스로 배워야 오래가는 것이 공부라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를 한쪽으로 내몬다. 국영수의 세계로.


다른 학부모들과 낭독하며 읽은 '최재천의 공부'에서 수많은 깨달음과 뉘우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독서모임이 열 번을 채워 끝나 갈 무렵 들렸던 도서관에서 만난 '숙론,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도 매우 좋은 책이었다. 서울대 동물학 학사에 하버드대 생물학 석박사라니, 교수도 이 정도 스펙이 되어야 이름을 널리 알리는구나. 돌고돌아 국영수의 세계로?


[책과 영상들]

최재천의 공부: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 최재천, 안희경 지음

숙론,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 최재천 지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괜찮아 엘리스 / 오연호 주연

샘 리처드 교수의 2024 트럼프 당선과 갖가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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