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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진 May 04. 2019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인연이 찾아온다.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에게

청첩장을 받으면 가장 먼저 어디를 보게 될까? 나는 결혼 하기 전후로 청첩장을 보는 방법이 조금 달라졌다. 결혼 전에는 날짜와 장소를 보고는 덮어버렸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청첩장에 들어가는 ‘모시는 글’ 문구를 유심히 읽게 됐다. 왜냐하면 청첩장을 제작할 때 그 문구를 정성 들여 썼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혹시나 뒤편에 편지는 없나 싶어 슬며시 살펴보게 된다.


이는 나의 청첩장 편지로부터 시작된 습관이다. 언제 결혼하나를 늘 고민하던 내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됐을 때, 청첩장을 어떻게 전할까 역시 고민이었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청첩일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던 일이라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청첩장 뒤 빈 곳에 짧은 편지를 썼다. 물론 이 팁은 친구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편지가 함께 담긴 청첩장을 나에게 준 적이 있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읽게 되고 청첩장도 이모저모 살펴보게 되었던지라 그게 좋아서 나도 한 번 시작해 보았다. 모든 사람에게 쓰지는 못했고 나름 정을 쌓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에 한해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청첩장 편지를 전해 준 친구 중에 실연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었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로부터의 일방적인 연락과 집요한 집착으로 인해 신변에 위협을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모든 이별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일방적인 집착이 얼마나 상대방을 괴롭게 만드는 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좋은 일이 친구에게는 심란한 마음을 가져올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듯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는 상황에서 그 친구 역시 결혼에 대한 고민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고민을 하다 보니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단순한 것이었다. 친구는 좋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인연이 찾아온다고 하니 너무 걱정 마, 넌 좋은 사람이니 꼭 좋은 인연이 나타날 거야."


결국 친구는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나에게 청첩장을 건네 왔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 받았던 그 글귀가 큰 위로가 되었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늘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주는 입담이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가 다시 웃기를 바랐는데 그리 된 것 같아 나 역시 기분이 좋게 청첩장을 받은 기억이 난다.




결혼하고서 가장 많이 했던 후회(?) 중에 하나는 ‘나는 과연 누구랑 결혼할까’에 대해 왜 그리 많은 고민했을까다.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그건 정말 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론 내가 해봤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므로 이런 위로가 전혀 와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결혼을 예찬하고자 혹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이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저 결혼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으로서 누구에게나 좋은 인연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라고 알게 되기까지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도 동학년, 혹은 업무로 인해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되기 전까지는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일 지라도 서로에 대해 알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겪어 봐야 아는 것인데 그저 전해 들은 이야기 그리고 몇 번 나눈 인사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선입견을 갖고서 그 선생님에 대해 잘 모르고 다른 학교로 떠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다른 직장에서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생각된다. 내 인생에 좋은 인연일 수도 있을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서로의 반려자를 찾는 것도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을 알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 충분한 시간을 겪게 되기 까지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어떤 만남이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주로 소개팅을 통해서 만남을 가졌다. 소개팅은 첫 만남이 굉장히 중요한데, 왜냐하면 그다음의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처음 대면한 한두 시간으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 역시 처음 느꼈던 인상과 느낌으로 상대를 거절하기도 혹은 거절당한 경우도 많았다. 거절당할 때는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거절할 때 상대방 역시 그런 기분이었을 텐데 그것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나 역시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싶다.


그런 가운데 내가 조금 아쉬웠다 생각 드는 것은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 당시 조금 여유를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혹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남편과의 연애를 즐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 됐건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결혼한 나를 보면 인연은 있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지 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많은 이들이 말하듯 결혼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인연이 계속해서 좋게 이어지려면 끊임없는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만남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결혼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 결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친구를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이 글은 그 친구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서 쓰게 된 것 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그거다. 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좋은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어쩌면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바로 옆에 두고 못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진짜 좋은 인연이 되려면 서로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인연이 찾아온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도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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