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중요성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 자가격리가 시작되면서 일상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두 아이와 하루 종일 있다 보니 하루는 너무 길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저녁에는 그저 눕고만 싶어진다. 핑곗거리를 하나 더 하자면 지난주에 갑자기 찾아온 목과 어깨 결림에 만사가 귀찮아진 탓도 있다. 담이 온 것인지 고개가 잘 돌아가지 않고 목 디스크가 예상될 정도로 팔도 저린 것 같았다. 2-3일이면 괜찮아지겠다 싶은 마음에 병원 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결국 지난 한 주는 목과 어깨가 아픈 통증을 지니고 보내게 됐다.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너무 진부할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건강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나는 21살에 허리디스크를 판정받고 약 3년 정도를 디스크로 고생하다가 결국 수술을 받았다. 그 시기의 나는 늘 저릿저릿한 다리 저림과 허리 통증을 지니고 살았기 때문에 조금 짜증스러웠던 것도 같고, 매사가 불만이었던 것도 같다. 안 아픈 날은 없었고, 조금 아프고 많이 아프고의 차이였을 뿐이라 통증은 늘 나를 괴롭게 했지만 동시에 무뎌지게 되기도 했다. 그냥 그것에 졌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 결국 디스크가 터지게 될 때까지 그 고통을 감내했으니 말이다. 정말 천운이라면 수술 뒤 완치를 했다는 것이고, 나는 몸에서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며 건강한 몸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그것이 늘 내 곁에 함께 하게 되면서는 소중함은 이내 소멸되기 시작한다. 바른 자세와 적절한 운동을 해 주는 것이 필요했지만 그런 것은 이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갔고, 앉으면 자연스레 다리를 꼬게 되고, 소파에 아무렇게나 기대앉고 턱을 괴는 등 올바른 자세 따위는 점점 잊혀 가게 됐다. 운동은 말해 뭐할 것인가.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허리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통증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로부터 혹은 남편으로부터의 자세 지적은 계속되었는데, 엄마는 특히 왜 이렇게 구부정하게 걷느냐며 내 걸음걸이를 볼 때마다 지적했다. 남편 역시 매번 글쓰기를 한다고 혹은 블로그를 한다고 컴퓨터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면서 거북목 되겠다면서 어깨 좀 펴고 고개를 뒤로 젖히라고 했고, 엄마의 말처럼 걸을 때도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좀 걸으라고 말했다. 나는 늘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절대로 구부정하게 걷거나 움츠러들어 있는 사람이 아닌데, 왜 나한테 구부정하게 걷냐고 말하는 것이었을까?
그런데 결국 그것은 내 목과 어깨 통증으로 이제 증명이 되었다. 어깨 통증은 아이를 낳으면서 아이를 많이 안고 하다 보니 생긴 골병으로만 여겼다. 한 번씩 담이 오기도 하고 저릿한 통증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거나 마사지를 받으면 괜찮아지곤 해서 대수롭잖게 여겼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월요일 아침에 시작된 목과 어깨 결림이 무려 일주일 간 이어지며 나를 괴롭혔다. 근육이완제를 먹어도 남편의 마사지도 크게 소용이 없었다. 보통 2-3일이면 가실 고통이 어째서인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의원이라도 갔어야 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주중에는 불가한 일이었고, 토요일이 되어 가볼까 싶은 마음도 코로나 때문에 그냥 미루고야 말았다. 그러던 것이 오늘이 되니 조금 나아졌다.
그간 내가 했던 것은 남편의 말처럼 가슴을 내밀고 어깨를 펴는 일과 목 스트레칭이었다. 잘 때는 베개를 치워버리고 수건을 돌돌 말아서 목 뒤에 끼워서 잤다. 나는 원래 대자로 누워자던 사람이었는데 임신하면서부터 몸을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자는 것에 익숙해졌다. 목 뒤에 수건을 넣게 되니 다시 대자로 누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바르게 누워있자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통증이 나아지기를 기대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아이들과 바람 쐬러 잠깐 공원에 다녀왔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새삼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의식적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가슴을 내밀고 어깨를 펴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쓰이고 힘든 일이었다. 모델이란 직업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과 갑자기 '나는 왜 아프게 됐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허리 디스크도 모자라서 목 디스크를 주다니 하늘이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아픔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아마 나의 자세는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이 얼마나 먹힐까 싶은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내 바로 옆에서 나를 지켜보는 남편이 자주 나의 자세에 대해 지적했지만 나는 그것을 흘려들었다. 엄마의 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냥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모습과 내가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섰을 때를 비교해보니 확연이 차이가 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남편이 말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왜 내 생각 속에서만 내 모습을 그리고 단정 지어버렸을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왜 갑자기 이 노래의 가사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말도 알 것 같다. 인간이란 어쩌면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삶에 우여곡절이 존재하는 것 같다. 고통이 있고 그 고통에서 배움을 얻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다. 지금의 이 고통은 어쩌면 나에게 주는 불행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아주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제에 비해 목과 어깨 결림이 한층 나아졌다. 손이 저린 것 같은 기분도 없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목을 뒤로 뺀 자세로 어깨를 내리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미세하게 나의 신경을 갉아먹던 고통이 사라진 것이 이렇게 상쾌한 기분이라니!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외출할 수 있었던 그 일상의 날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 일상이라는 것도 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더 행복하다.(by 쇼펜하우어)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물론 건강함에는 몸의 건강함뿐 아니라 정신의 건강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몸에 아무런 이상 혹은 통증이 느껴지지 않음에 감사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올바른 식습관과 자세를 지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운동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말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건강한 몸과 마음이고, 모든 것의 끝도 그것일 것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부디 이 다짐을 잊지 않기를 바라본다.
*표지 사진 : Photo by Katee Lu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