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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Mar 10. 2022

국제주의 문화

대전신세계 Art&Science 《백남준, 이이남 IN PROGRESS》

전시 기간: 2022.02.12-2022.03.27

관람일: 2022.03.07




우리는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이나 장난감을 통해 외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컸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이것을 국제주의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제주의는 그것이 번성할 때 가장 우위에 있는 문화의 독점일 뿐이다. 지난 몇 백 년간의 우위는 서구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서구권의 선진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런 국제주의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전시 전경


백남준 특별전인 이번 전시에서 이이남은 백남준의 뒤를 잇는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명성으로 함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의 소재들을 차용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현대미술에 좀 더 다가가기 쉽도록 한다. 피노키오, 모나리자, 고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비너스, 그리고 건담까지 그가 작품으로 만드는 소재들은 유럽과 일본의 문화들이다. 이이남은 전통 회화 작품도 작업에 많이 활용하는 편이고 이번 전시에서도 박연폭포와 금강전도처럼 전통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출품했지만, 출품한 작업 11점 중 7점은 확실하게 외국의 것을 소재로 제작한 것이다. 전시를 보면서 익숙한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이남 작가에 대해 관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더 익숙한 문화가 외국의 것이라는 점은 창작자로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피노키오, 비너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차용한 작품

     물론 한국의 소재로만 작업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의견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쯤 전통문화를 외국의 것과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지금 한국은 자본주의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면서 자본주의의 최강자인 미국의 성향을 여러모로 닮아가고 있다. 창고형 매장, 과도한 소비, 미국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온 인스타그래머블한 각종 가게들까지 그렇다. 일상적으로 이런 문화가 지속된다면 미술 시장에서도 역시 과거 팝아트가 유행했던 것처럼 외국의 대중적인 이미지가 담긴 작품들이 인기를 끌 것 같다. 이번에 감상한 이이남 작가의 작품처럼 말이다. 다만 외국의 팝아트는 그들 자신이 만든 대중문화가 작품이 된 것인 반면, 우리는 타문화권의 대중문화를 우리의 것처럼 소비하고 있다는 실은 그것이 과연 건강하게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대전신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화이트데이 팝업스토어 '아메리칸쿠키 잡화점 그로서리스터프'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문화를 소비하는 우리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한국만의 색채를 발굴해내고 소비해야 이 문화가 지켜질 것이다. 지금의 유행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 흐름도 언젠가는 시들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최근 우리에게 문화를 수출했던 국가들이 역으로 우리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정작 이들이 한국에 왔을 때 자기 나라에서 보던 풍경이 그대로 연출된 것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보았던 한국의 문화는 누구의 문화일까?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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