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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수레바퀴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독후감

by Haim Jung

8월부터 오프라인 독서모임인 트레바리에 다니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는 북클럽은 유지원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이참에 읽자'라는 독일 문학 클럽이다. 독일 문학을 읽고 발제문에 따라 토론하며, 지원님이 독일어 원문을 느끼면 좋을 부분을 골라 직접 읽고 해석해주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8월에 읽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많은 분들이 읽은 책이기에, 독일 문학의 입문서로서 북클럽의 첫 도서로 선정되었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시골 마을의 영재 소년인 한스 기벤라트가 똑똑한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신학교에 들어가게 되지만, 사회와 어른들의 요구에 의해 성공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다가 병을 얻게 되어 마을로 돌아와 요양을 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와중에 돌연사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책의 내용과 '수레바퀴'라는 단어의 연관성을 고민하며 독후감을 썼다.




[두 개의 수레바퀴]


책의 본문에서 수레바퀴라는 단어는 총 2번 나온다. 첫 번째 수레바퀴는 수도원의 교장 선생님과 한스의 면담 중에, 두 번째 수레바퀴는 엠마와 한스의 첫 만남에 나온다. 책 제목이 『수레바퀴 아래서』인 만큼, 본문에 이 단어가 쓰이는 순간은 이야기의 흐름 상 중요한 구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각 수레바퀴의 의미를 고민해 보았다.


1. 교장 선생님과 한스의 면담: 개인에 대한 사회의 압박

면담 바로 전 장면에서, 한스는 하일너와 화해하고 이전보다 더 깊은 우정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공부와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런 와중에 교장 선생님이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며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에 깔리게 된다'고 말한다. 이 문장에서의 수레바퀴는 성공을 위해 견뎌야 하는 각종 책임의 무게, 한스에 대한 고향의 기대, 측정 가능하도록 보여야 하는 성과 같은 사회적인 압박을 뜻한다. 제도와 권위로 대변되는 교장 선생님이 한스에게 요구하는 것이 위와 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2. 엠마와 한스의 첫 만남: 개인에 대한 개인의 압박

처음 엠마와 만났던 날, 작가는 적극적인 엠마의 모습에 놀란 한스의 모습을 '수레바퀴에 치여 숨어버린 달팽이'에 비유한다. 이 문장에서의 수레바퀴는 친구와의 우정, 짝사랑, 친지와의 갈등 같은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압박감을 의미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스는 하일너와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엠마에게 빠졌을 때도, 아버지의 태도가 변했음을 알아차렸을 때도 모른 척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한스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수레바퀴에 치인 달팽이처럼 숨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작가가 한스를 망가뜨린 외부의 압박을 수레바퀴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인도학자 집안인 어머니의 영향으로부터 받아들인 수레바퀴의 의미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헤세의 작품 중에는 동양에 관련된 제목이 종종 있었던 만큼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인도 국기 중앙에는 바퀴 모양의 차크라가 있다. 차크라는 불교의 교리를 뜻하며, 바큇살이 24개인 것은 하루 24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수레바퀴는 노동의 도구이기도 하고 하루 24시간 평생을 지켜야 하는 교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스에게 주어진 노동이자 그가 평생을 바쳐 이루어야 했던 제도상의 목표를 수레바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등학생 때 이 책을 읽은 후 처음 이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았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을 때는 한스가 불쌍하다는 생각 정도를 했던 것 같다. 이때는 내가 본격적인 입시 경쟁을 겪기 전이었다. 이후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한국의 입시 경쟁을 겪은 후 한스의 삶을 다시 보니,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했던 동급생들을 우리가 너무 제도권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았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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