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것들에 대한 단상

이 땅 북반구의 새해는 겨울에야 온다.

by 하전

2019년 2월 3일 씀


창밖에는 겨울이 한창이다. 겨울이란 때는, 푸른빛을 잠시 저 뿌리 깊숙이 넣어두고는 다가올 때를 기다리는 연꽃과 나무들이 생의 본연의 자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계절이다. 꼭 내 살갗의 색과 닮았다. 허나, 겨울마다 매번 태양에 몸을 드러낸 채 거진 넉 달을 보내니, 그들이 나보다 더욱 태양과 그 색이 닮아있다.


늘 푸른 솔보다, 잠시 혹한에 굴복하는 나무들이 더 좋다. 깊은 오물 속에 꽃과 이듬해 연잎을 머금고는 말라있는 연꽃 줄기가 좋다. 언젠가 나도 푸름을 잃고 잠시 아무 말 없이 생의 칼바람과 고통을 온몸으로 부딪칠 날이 오겠으나, 그때에도 다시 필 봄을 준비하며, 확실하게 올 봄을 기다리며, 나 또한 그대로 버텨낼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내 생에 가을쯤이다.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며 묵묵히 내 나이테를 그려가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이 땅 북반구의 새해는 겨울에야 온다. 내 새로 올 해도 온전히 겨울을 보내는 중에 올 것을 믿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으로 나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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